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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리스크' 마침표…윤 대통령·국민의힘 '안도의 한숨'(종합)
법원, 정진석 비대위 '유효'…앞선 판결과 정반대, 당헌 개정 '무리수' 아닌 '신의 한수'
추가징계 다룰 윤리위에도 촉각…이준석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 가겠다"
2022-10-06 16:40:32 2022-10-08 15:02:15
[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6일 좌초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대위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3·4·5차 가처분신청이 이날 법원으로부터 기각·각하 판결을 받으면서다. 앞서 주호영 비대위의 효력정지를 결정한 판결과는 정반대였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당헌 96조를 개정해 새로운 비대위를 꾸린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고 판시했다. 정진석 비대위는 당의 '비상상황'을 명확히 규정한 당헌 96조 개정을 토대로 출범했다. 이는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대표는 이번 판결로 비대위의 효력이 인정되면서 당대표 직함도 공식적으로 내려놓게 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전체회의를 소집,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여부를 다룬다. 이 전 대표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윤석열 대통령도 제대로 된 집권여당의 호위가 가능해졌다. 
 
법원 "정진석 비대위 유효"…'이준석 가처분' 기각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는 이날 오후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3·4·5차 가처분신청에 대해 각각 기각과 각하 판결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헌 96조(비상대책위원회)를 개정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신청에 대해선 각하, 정진석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들의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선 기각했다. 법원은 "전국위의 당헌 개정 절차엔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채권자(이 전 대표)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6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대위 출범 요건을 강화한 당헌 개정 절차에 하자가 없기 때문에 당헌 개정을 기반으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도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지난 8월26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는 정반대의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국민의힘의 비대위 출범은 정당 민주주의와 당원의 총의에 반한다"면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공교롭게도 당시 재판부와 이번 판결을 한 재판부는 '동일'하다. 결국 당헌 96조 개정이 무리수가 아닌 신의 한 수가 됐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대위 좌초 직후 당의 '비상상황'을 규정한 96조를 명확히 개정한 뒤 이를 토대로 정진석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이번 판결로 인해 정진석 비대위는 좌초 위기에서 극적으로 생존하게 됐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난 8월26일 판결을 바탕으로 이번 3·4·5차 가처분신청도 이 전 대표가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비대위 존폐를 놓고 마지막 법정 변론이 열렸을 당시 법원에 출석한 이 전 대표는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이준석 잡기'가 아닌 '물가 잡기'를 해야 한다"며 "'이준석만 날리면 모든 게 잘될 거야'라는 주술적 생각이 보인다"며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에 사로잡힌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꼬집고 승리를 자신했었다. 반면 국민의힘 측 변론에 나선 전주혜 의원은 "이 대표를 쫓아내려고 당헌을 고치고 비대위를 꾸렸다는 건 천동설 같은 얘기"라며 법리 싸움에서 제대로 된 논리를 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제대로 된 집권여당 파트너와 함께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내부총질 당대표")가 유출되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한 자신의 속내를 들켰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 전 대표와 수차례 충돌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 전 대표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힘을 실었던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이어 주호영 비대위마저 좌초, 집권여당이 극심한 내분에 휩싸이자 국정운영 지지도도 덩달아 급락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했던 인물로, 윤 대통령과는 찰떡궁합이다. 
 
국민의힘 "법원 판결에 감사…하나돼 힘차게 전진"
 
국민의힘은 마침내 '이준석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며 한껏 환호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판결 직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집권여당이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확립하고, 윤석열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기쁨을 표했다. 또 "당내 분란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께 오랜 기간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더욱 심기일전하여 하나가 된 힘으로 힘차게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으로 비대위원장 직에서 하차한 뒤 원내사령탑으로 명예회복한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으로선 지도체제가 안정됐다는 점에서 잘된 일"이라며 법원 판결을 반겼다. 주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향후 본안소송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경우에도 맞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주호영 비대위를 쓰러뜨린 자신감으로 이번에도 승리를 확신했던 이 전 대표는 법원 판결에 당황해 하면서도 깨끗하게 승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같은 기조로 싸우겠다는 결전의 자세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의기 있는 훌륭한 변호사들과 법리를 가지고 외롭게 그들(국민의힘)과 다퉜다"며 "그동안 선례도 적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힌 정당에 관한 가처분 재판을 맡아오신 황정수 재판장님 이하 남부지법 민사51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놓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면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했다.
 
9월28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가처분신청의 심문·변론을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선은 이준석 '추가징계'로…오후 7시 윤리위 개최
 
시선은 이날 오후 7시에 열릴 윤리위로 쏠리게 됐다. 이번 윤리위에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여부 및 수위가 결정된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에게 '개고기·신군부' 등의 발언을 한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징계를 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성접대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6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진 상황이다. 때문에 추가징계는 이보다 더 강한 수위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고려할 때 '제명'의 극약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이 전 대표의 추가징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로 이 전 대표가 전직 대표로 신분이 바뀐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제명 징계에까지 이를 경우 반발하는 국민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3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표의 추가징계와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49.1%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39.2%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는 당원권 정지 연장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선회했다. 윤핵관 입장에서도 당원권 정지를 연장하는 정도가 비판여론을 피하면서 이 전 대표에게 창당 등의 재기 명분을 만들어 주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가 풀리는 건 내년 1월7일. 당원권 정지가 6개월만 더 연장되더라도 이 전 대표는 내년 초로 예정된 조기 전당대회 출마가 불발된다. 특히 제명을 하지 않고 당원권 정지가 연장되면 이 전 대표로서도 당에 발이 묶이게 된다. 탈당 없이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의 계획을 꿈꿀 수 없다.    

조기 전당대회도 촉각…주자들 출마채비 이어질
 
정진석 비대위가 좌초 위기를 벗어나 안착하게 되면서 이제 남은 관심은 차기 지도부다. 정기국회를 끝으로 조기 전당대회 준비와 당권주자들의 출마 채비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당 안팎에선 김기현·안철수·윤상현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을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고 있다.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출마 결심도 굳혔다. 여기에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도 관심사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대에서 "외교부 장관이나 국가안보실 사람들이 윤 대통령 막말에 대해서 책임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 책임"이라며 비속어 파문에 휩싸인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또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나라를 위해 해야 될 일이 있다면 꼭 하겠다. 할 말 하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유 전 의원을 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병호·유근윤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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