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업계에 자산담보부증권(ABS·기업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등 차입금 한도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올 들어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신업계가 자금 조달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수록 금융 소비자의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캐피탈사 관계자들을 만나 차입할 수 있는 자금의 한도를 더 확보하는 등 기업별 비상자금조달 계획의 현실성을 보강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조달 문제 등 여전업계의 유동성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물론 각국 중앙은행이 올 들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채권금리도 덩달아 뜀박질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4.844%로 2010년 7월20일(4.87%)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카드·캐피탈사의 자금조달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전채를 사들인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에게 줘야하는 이자가 늘어나서다. 은행처럼 예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는 여전채·외부차입·ABS 등을 발행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여전채 조달 비중은 전체의 70%가량이다.
이 같이 카드·캐피탈사의 유동성이 나빠지면 여전사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여전채를 산 금융사들에게까지 부실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개월 전 카드·캐피탈사의 비상자금조달 계획 수립·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해당 계획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양질의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면 대주주로부터 비상시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약정을 체결하거나 현금이 많이 빠져나가는 영업을 줄이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차 대책 회의에서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개별 협상에 따라 증액하는 방식으로 차입금을 늘리기로 했다”며 “일반 개인의 마이너스통장처럼 차입금 한도를 약정해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차입금의 종류는 국내 ABS와 해외 ABS, 여전채 등 각사마다 다르다.
금감원이 카드·캐피탈사의 유동성에 관한 현실성 보강을 주문함에 따라 각사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같은 날 신한카드 측은 “최근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금감원의 비상자금조달 계획 점검을 전후로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좀 더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서 해외 ABS를 발행하고 자금의 만기 구조에 대해 다각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측은 “현금 유동성 외에 비상 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 라인(신용한도)를 확보했다”며 “이를 위한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전 업계의 유동성 위기에 따라 일각에선 금융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자금 조달 비용을 만회하는 차원에서 장기카드대출이나 현금서비스와 같은 상품의 이자를 높이거나 유지 비용이 높은 인기 상품을 단종시킬 수 있다”며 “저신용자들의 대출길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기업의 비상자금조달 계획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금융감독원)
이혜진 기자 yi-hye-j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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