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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800억대 세금 판결 취소…역대 세 번째
GS리테일·KSS해운·롯데DF리테일 “판결 취소” 청구
헌재 “한정위헌 기속력, 법원과 모든 국가기관 해당”
법원 “법률 해석 권한은 법원에…한정위헌 인정 못해”
2022-07-21 16:35:41 2022-07-21 16:36:03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800억원대의 세금이 걸려있는 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판결을 재차 취소했다. 헌재 한정위헌 결정에 반하는 법원의 판결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연달아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두 사법기관의 갈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재는 21일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 판결과 법인세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GS칼텍스, KSS해운(044450), 롯데DF리테일(구 AK리테일) 등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했다.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으로 구 조세감면규제법은 효력을 상실했고,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기속력이 인정된다”며 “재심 기각 판결과 재심상고 기각판결은 헌법소원이 허용되고,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정위헌 결정이란 한정위헌이란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결정이다. 
 
다만 헌재는 재심의 대상이 되는 판결과 법인세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심 대상 판결은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과세처분에 관해서도 “과세처분을 심판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 재판이 헌법소원 대상으로 취소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과세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합하다”고 봤다. 
 
지난 1990년 GS칼텍스는 상장 추진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근거해 자산재평가를 시행하고 주식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3년 상장을 포기하면서 자산재평가를 취소했고, 세무당국은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70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세무당국이 법인세를 다시 부과한 법적 근거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다. 이 조항은 상장기간 내 상장을 하지 않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경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GS칼텍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GS칼텍스 패소 취지로 원심을 깼고 파기환송심 역시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GS칼텍스는 구 조세감면규제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종전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경과규정을 두거나 계속 적용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는 이상 전부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실효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GS칼텍스는 이를 근거로, GS칼텍스 패소판결한 파기환송심과 서울행정법원의 1심판결을 취소해달라고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GS칼텍스는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 판결과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KSS해운과 롯데DF리테일도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두 회사도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KSS해운에 부과된 법인세는 65억원이고 롯데DF리테일은 104억원이다.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지난 1997년 소득세법 관련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했고, 지난달에도 한정위헌 결정에 반하는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했다. 불과 약 한 달 사이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하면서, 두 사법기관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은 법률의 해석 권한이 법원에 있다며, 해석 방향을 제시하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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