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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가계…고금리에 주식투자 줄고 예금 늘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60조4000억
가계 소득 증가에도 마땅한 투자처 찾지 못해
주식 비중은 20.3%→20.1%, 예금은 41%→41.8%
2022-07-06 15:39:21 2022-07-06 15:39:2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1분기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9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을 떠나 예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데 따른 결과다.
 
물가상승률이 6%에 달할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한국은행이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예금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2년 1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6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1조1000억원)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순자금운용이란 각 경제주체가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다. 예금,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운용한 돈을 뜻하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의미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지난 1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지원금 등으로 가계 소득은 늘었고 부동산 투자가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가 금융자산 외 다른 곳에 돈을 덜 썼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했지만, 늘어난 소득에 비해 소비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주택 투자도 둔화되면서 가계 순자금운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은 386만원으로 전년 동기(351만1000원)보다 증가했다. 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13만8000가구로 1년 전(28만가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가계 여유자금 중 예금취급기관의 저축성 예금, 금전신탁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된 반면, 주식은 증가세가 축소됐다.
 
1분기 저축성 예금은 전기 대비 42조3000억원 늘어 1년 전(15조원) 대비 증가세가 확대됐고, 금전신탁은 6조4000억 늘며 1년 전(1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반면 채권은 10조6000억원 감소해 1년 전 감소폭(-9조원)보다 확대됐고, 주식은 16조원 증가하는데 그쳐 1년 전(52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전체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1%에서 올해 1분기 41.8%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20.3%에서 20.1%로 줄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은 19.1%에서 18.5%로 줄었지만, 해외주식은 서학개미가 늘어나면서 1.2%에서 1.7%로 확대됐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비영리단체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8%로 미국(40.3%), 프랑스(24.1%)보다는 낮고, 독일(12.6%), 영국(11.7%), 일본(10.8%)보다는 높았다.
 
1분기 가계·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액은 2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3조원)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축소돼서다.
 
1년 미만 단기대출금은 1조6000억원 줄어 1년 전(15조2000억원)과 비교해 감소 전환했고, 주택담보대출은 8조1000억원 늘어 1년 전(20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1분기 정부의 순자금 조달액은 -23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8조3000억원)보다 감소폭이 15조1000억원 커졌다.
 
전년 동기 대비 자금운용이 65조7000억원에서 53조원으로 감소하고 자금조달은 74조원에서 76조3000억원으로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순자금운용이 확대됐다.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집행에 따른 정부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27조8000억원으로 1년 전(-18조원) 대비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비은행 운전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기업공개·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한 조달도 확대됐다. 1분기 기업대출은 49조5000억원 늘어 전년 동기(22조6000억원) 대비 확대됐고, 주식발행도 21조원 증가했다.
 
국내 부문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16조4000억원으로 1년 전(26조3000억원)보다 감소했다.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인 총금융자산 규모는 2경3388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515조1000억원 늘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비중은 22.6%로 전 분기보다 0.7%포인트 하락했고, 채권 비중은 14.7%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2년 1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6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1조1000억원)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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