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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히는 물가①)고유가·고금리·고물가 '3고 리스크' 해법 안보인다
경유·휘발유 연일 신고가 경신…물가 지수 상승 기조 지속
국내 기준금리 지속 인상 불가피…경제 상황 '총체적 난국'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도 물가 잡기 가이드라인 빠져
"원자재 공급망 경쟁력 확보해 대외 변수 적응력 높여야"
2022-06-19 10:00:00 2022-06-19 10: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우리 경제가 고유가·고금리·고물가라는 '3고 리스크'에 시달리는 등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경유 가격이 1리터(ℓ)당 21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서민층의 원리금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월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계층간의 불안감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요인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의 빨라진 긴축 정책 등 주로 대외 리스크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지만 감세 일변도의 내용이 주축을 이룰 뿐 가장 시급한 물가 현안 잡기 등에 대한 세부적 방안이 빠져있어 사실상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이번 경제난의 본질인 글로벌 원자재 수급을 안정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서민 불안요소를 방어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한국석유정보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기준 전국평균 휘발유값은 전일보다 6.66원 오른 리터당 2105.11원을 기록했다. 최고가는 2997원이다. 경유는 8.78원 오른 2112.98원이다. 최고가로는 3083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LPG는 1133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국내 경유 가격은 지난달 12일 1953.29원을 기록하면서 기존 최고가(2008년 7월 16일·1947.74원)를 넘어섰고, 이후 매일 고공행진 중이다. 또 휘발유 가격은 이달 11일 2064.59원을 기록하며 역시 기존 최고가(2012년 4월 18일·2062.55원)를 경신했다.
 
기름값 상승 원인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석유 수급 불안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 상승 흐름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관련 지수도 당분간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업계는 현 상황을 봤을 때 내달 6%대 진입이 유력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 등으로 당분간 높은 물가 수준을 예측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년 새 무려 2.5%포인트 높인 4.7%로 올려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4.8%로 올렸다.
 
한국은행은 3.1%에서 4.5%, 국제통화기금(IMF)은 3.1%에서 4%,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에서 4.2%로 조정하는 등 다른 주요 기관들도 상승률을 줄줄이 상향했다.
 
수입물가지수가 상승 전환한 점도 심상치 않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53.74(2015=100)로 전월 대비 3.6% 상승하며 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8.16달러로 전월(102.82달러) 대비 5.2% 상승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63%나 높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앞으로도 이에 버금가는 연속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 국내 기준금리의 상향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은이 물가 잡기를 천명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저소득·취약계층의 이자 상환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 회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숙제로 남았다. 물가 잡기에 대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현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경제난을 촉발한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공급망 안정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일련의 경제 위기 상황이 결국 글로벌 공급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세계 각국이 자국 물가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공급을 더 차단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자원 강국들과의 외교적 공조 체제를 마련해 대외 변수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경제가 고유가·고금리·고물가라는 '3고 리스크'에 시달리며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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