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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기축통화 전쟁②)커지는 토큰 이코노미…'공급자 중심 생태계' 우려도
토큰 발행 토대로 탈중앙화된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
"공급자 역할 하는 만큼 균형 유지의 책임감도 가져야"
위메이드 사태 재발 막으려면 최소한의 제재 조치 마련 시급
2022-04-07 06:01:13 2022-04-07 06:01:13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기업들의 잇따른 블록체인 사업 확장으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미술 등 전 산업 부문에서 암호화폐 활용 무대가 넓어지며 기업들은 별도의 토큰 발행을 토대로 오픈 플랫폼 운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커온 암호화폐 시장은 올해는 웹 3.0 기반의 탈중앙화된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가는 중이다. 
 
게임사를 중심으로 확산돼가고 있는 기축통화 발행은 비유하자면 일종의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암호화폐 물량을 공급하고 유통시켜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기업들은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해야하는 한국은행과는 다르기에 토큰 생태계 균형을 유지해야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기업들의 오픈 플랫폼 생태계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 재화 가치, 게임 재화와 토큰 교환 비율, 토큰 가치, 토큰의 수요와 공급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을 유지해야 이상적인 토큰 이코노미가 형성될 수 있지만 공급자가 개입돼 물량 조절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습적인 코인 대량 매도 등과 같이 임의로 코인 물량을 빼내는 식의 윤리 경영 원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올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부재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위메이드 미르4 내 재화인 드레이코 관련 이미지. 위메이드는 미르4 내 아이템인 흑철을 게임 토큰인 드레이코로 변환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드레이코는 위믹스 월렛에서 위믹스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다. (사진=위메이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며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해가는 국내 업체들에 대해 제동을 걸어서는 안되지만 최소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질서는 바로잡고 출발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상자산은 주식시장과 다르게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불공정 행위가 나타나도 제재를 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에서도 배임, 횡령, 사기 등과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재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국내 대표적 사례는 위메이드 대량 매도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앞서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 위믹스 토큰을 사전 예고없이 대량 매도해 논란이 일었다. 위믹스 토큰은 게임 내에서 번 돈을 현금화할 때 사용하는 암호화폐로, 당시 위메이드가 대량 매도하면서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토큰을 매도해 마련한 수천억원의 현금을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등을 사들이는 M&A(인수합병) 자금으로 사용해 자본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위메이드는 자금 사용처를 공개하고 생태계 확장에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위메이드 사태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외에 P2E(플레이투언)게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던 엑시 인피니티의 최근 대규모 해킹사고를 보더라도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 스스로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통화를 발행한다는 것은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한데, 공정성, 객관성, 중립성을 토대로 화폐 공급량을 조절하는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면서 "특정 회사가 사전 공지 없이 대량 매도해 코인 가격을 폭락시켰을 경우 이 피해는 결국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면서 일정한 화폐 가치를 유지하도록 하는 한국은행과 다르게 운영될 경우 부작용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위 교수는 이어 "단숨에 5조원이라는 자산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한 위메이드를 보고 게임사들도 자극을 받아 너도나도 P2E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투자자들도 게임 코인 등에 불나방처럼 덤벼들며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은 자산으로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고,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배임, 사기와 같은 문제들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으려면 법적 체계를 바꿔야하는데 그러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비트코인만 보더라도 물량이 얼마 남았는지 등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는데, 최소한의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하게 하고, 회사의 배임, 사기 등과 같은 불법적인 부분은 가상자산이더라도 현행법 내에서 제재를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픽사베이)
 
최소한의 제재와 함께 탈중앙화된 속성을 가진 암호화폐의 속성대로 투명성을 높인 거래 구조를 만드는 등 불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를 없애려는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암호화폐가 플랫폼화 되는 것은 글로벌적인 흐름으로 현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위메이드의 위믹스 매도 사태는 굉장히 특수한 현상"이라며 "위메이드가 코인을 발행하고 매도해 마련한 자금을 생태계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계약했는데 회사의 M&A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일정부분 배당을 하는 문제는 기본적인 자본시장 규제의 틀인 공시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업자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을 토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외화벌이를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대량 매도) 사태와 같은 일들로 소비자 후생, 중소기업 발전에 저해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그것에 대한 제재 조치는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업법을 통해 투자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 체계 마련, 불공정 거래에 대한 법 체계 구축을 하는 등 최소한의 대안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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