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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공지능 기술이 앞당긴 세대교체
2022-03-07 06:00:11 2022-03-07 06:00:11
학생들은 늘 고민이 많다. 사회 진출을 앞두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무엇을 공부해 진로를 준비하느냐가 걱정이다. 이런 학생들이 상담을 통해 조언을 구하면 예전에는 영어와 통계를 공부하고 전공 분야의 공모전에 응모하거나 인턴을 경험해 보라고 답해 줬다. 학과 공부 이외에 취업이나 진학에 필요한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어떤 전공의 학생이건 ‘코딩’(coding)을 배우라고 권한다. 유행에 편승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코딩을 공부하라는 뜻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구조와 논리를 이해하는 지식을 갖추라는 것이지 개발자로서의 진로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제 코딩은 영어나 통계와 같은 언어(language)가 됐다.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통계도 숫자로 소통하는 언어다. 공모전이나 인턴도 업계의 실무 언어를 배우는 학습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개념을 이해하고 그 개념을 사용하는 도구가 언어인 것이다. 언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문맹이 되어 글을 읽어도 말을 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꽃을 피우는 시대에는 컴퓨터를 움직이는 코딩이 언어로서의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클라우드, 플랫폼, 인공지능, 자율주행, 증강현실, 가상현실,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STO(증권형 토큰)처럼 날로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하려면 코딩 지식이 필수적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실무 서적 몇 권 읽어 대충 알고 어디 가서 한두 마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피상적 지식을 갖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를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세라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현재 디지털 기술 산업은 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은 엄청난 투자에 힘입어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다양한 첨단 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축을 인공지능에 두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와 같은 그룹은 총수가 직접 AI사업을 챙기며 대대적 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선진국에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세계적 수준의 석학을 영입해 첨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계·컨설팅 법인인 EY한영이 국내 기업의 임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앞으로 2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할 분야로 AI를 꼽고 있다. 작년 말 대기업의 정기 인사에서는 AI 분야의 전문가가 대거 전면에 부상했고, 그 덕분에 30대 임원, 40대 대표가 나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AI 지식과 역량이 임원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입사시험과 면접에서도 인공지능에 관한 문제가 주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 지식이 기업에서 세대교체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교수들도 인공지능 코딩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선생이 코딩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다. 학교나 학원에서 학생들과 같이 배우기도 어렵고 자습은 더욱 힘들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2월 초 학교의 소프트웨어 교육센터에서 교수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초과정을 개설했고 호기심 반 절박감 반으로 수강하게 되었다.  
 
1주일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이론강의 2시간, 코딩실습 2시간 총 20시간을 Zoom으로 비대면 교육을 받았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의 의미와 차이점이었다. 비슷비슷하며 이름만 다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는 것이고,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며, 딥러닝은 머신러닝을 구현하는 기술로 인간 뇌의 동작 방식에 착안한 학습 방법을 말한다. 
 
이론강의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에 기초한 딥러닝의 모형과 알고리즘을 배우고 코딩실습에서는 구글의 CoLab을 이용해 파이썬(Python) 문법과 예제를 실제 입력하고 출력하는 연습을 수행했다. 파이썬은 인터프리터(해석기) 언어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C++나 Java에 비해 문법이 사람의 사고방식과 유사하고 코드를 알아보기 쉬우며 간결하게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에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의 50% 이상이 파이썬으로 만들어졌고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파일 동기화 서비스인 드롭박스도 파이썬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코딩실습을 통해 파이썬을 작성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 인공지능을 직접 프로그램해 본 것은 어렵고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갓난 아기가 말을 처음배우는 것처럼 실습 조교의 지시를 일일이 따라가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이런 기초학습과정을 한번 이수한 정도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는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인공지능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지며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학습한 것은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학생이건 선생이건 나이가 적건 많건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절실히 깨달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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