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상적 근로 불가능해도 계약 자동 연장 조항 따라야"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 우선 적용해야"
2022-03-02 06:00:00 2022-03-02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정상적인 근로가 불가능해도 근로계약서에 계약 기간 '자동 연장' 조항이 있다면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헬기조종사로 근무했던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항공기를 이용한 산불 진압 등을 하는 B사는 2016년 말 헬기사업팀을 신설하고 2017년 5월 A씨를 채용했다. 계약 기간은 2017년 5월1일부터 2018년 4월30일까지로 했고 근로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만료시까지 별도의 합의가 없으면 자동연장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런데 B사는 정비지침서에 따른 정시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규 헬기를 도입하지 못하게 됐고 2017년 12월 A씨 등 헬기사업팀 전원에게 사직원을 요구했다. 사직원을 받은 회사는, 2017년 12월21일 A씨 등에게 사직원이 수리돼 2017년 12월31일자로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대법원)
 
A씨는 2018년 1월25일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B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에 낸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 청구도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B사는 2018년 4월2일 A씨에게 근로계약기간이 2018년 4월30일자로 만료될 예정이고 헬기조종사로서 필요한 직무상 역량미달로 근로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A씨는 B사의 통보는 부당해고로 효력이 없고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됐으니 2018년 1월1일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1년의 근로계약기간 만료시점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해고무효확인 청구부분은 각하했다.
 
재판의 쟁점은 근로계약서의 자동 연장 조항에 대한 해석이었다. 1·2심 재판부는 회사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갱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뜻으로 보는 게 타당하고 이는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계약 종료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제한으로 자동 연장되는 것은 근로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간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의 조항은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하는 2018년 4월30일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가 명확하지만 항공종사자 자격을 유지함으로써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조항이 적용된다는 기재가 없다"며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해 적용돼 이 사건의 자동 연장 조항의 의미를 축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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