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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계 방식 변경한 빌보드, K팝 차트 진입 어려워지나(종합)
음원 중복 구매 집계 제외, 시장 왜곡 방지로 풀이
"팬덤 화력 센 K팝 불리, 새로운 판도 짜여질 것"
2022-01-29 00:00:00 2022-01-29 00: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빌보드가 새해부터 변경한 차트 집계 방식이 향후 K팝의 미국 차트 진입에 지각변동이 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빌보드는 11일(현지시각)부터 음원 중복 구매(다운로드)를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기존 한 주에 1인(1계정)당 4번까지 집계되던 방식을 1계정 당 1건만 인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앨범은 3.49달러(약 4168원), 8곡 이하가 담긴 미니음반(EP)은 0.39달러(약 466원) 미만일 때는 집계에서 제외키로 했다.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음원을 낮게 책정해 판매를 늘리는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새 규정은 핫100과 빌보드200을 포함한 전체 빌보드 차트 시스템에 11일부터 적용됐다. 이번 조처에 대해 특별한 배경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팬덤의 대량 구매, 과도한 리믹스 버전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간 팬덤 화력을 무기로 삼던 K팝 아티스트들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K팝은 미국 현지 음악과 달리, 주로 빌보드 차트 공략에서 스트리밍보다는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실제로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버터'가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10주간 정상에 오른 것은 K팝 팬덤 문화가 미 팝 시장에 이식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계정, 다플랫폼을 활용한 팬덤의 파상공세가 세부 지표 중, 실물 및 음원 다운로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빌보드가 이 기간 매주 발표한 지표에 따르면 '버터' 다운로드 건수는 다른 경쟁 곡들에 10배 규모에 달했다.
 
'버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이에 지난해 미국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두아 리파의 팬들은 BTS 팬클럽 '아미(ARMY)'가 차트 순위를 조작한다는 주장도 폈다. 당시 BTS RM은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공평한 질문(Fair question)"이라며 "다만 빌보드 내에서 1위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한다면, 스트리밍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자체적인 룰을 바꾸는 것은 결국 빌보드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빌보드와 MRC 데이터가 공개한 2021년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버터'는 지난해 약 188만9000건 다운로드 돼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노래로 기록됐다.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건이 넘은 노래는 '버터'뿐이다. 2위에 오른 워커 헤이즈의 '팬시 라이크(Fancy Like·49만9000건)'의 3.8배에 달했다.
 
'다운로드 총공(Total attack, 음원 출시가 되면 팬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이 만드는 1위'를 두고 미국에서도 설왕설래는 계속 있어왔다. 광대한 팬덤 중심으로 전환된 빌보드 차트를 두고 차트 왜곡이라는 지적과 발전된 기술 시대의 새로운 문화란 반응이 맞부딪쳐왔다.
 
지난해 빅히트뮤직 신영재 대표 역시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BTS와 관련한 음악 시장의 발전이 일부 사람들에게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미국 시장이 다운로드만으로 손쉽게 1위를 차지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향후 중복 다운로드가 집계에서 제외되면, K팝의 경우 상대적인 강점이 줄어들고, 현지 가수들에 비해 스트리밍이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아직까진 지배적이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빌보드 차트 결과에 다운로드 반영 비중이 컸던 K팝에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K팝 가요 기획사들 역시 정책 변경 이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요해진 라디오 방송 횟수나 스트리밍 횟수를 돌파할 전략적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차트 정책 변경은 K팝의 향후 빌보드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아 리파나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스트리밍 성적이 좋은 미국 현지 아티스트들 중심으로 새로운 판도가 짜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빌보드 차트 음원 다운로드 중복 구매 집계 제외. 사진/빌보드 규정 변경 홈페이지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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