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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2 네이버 참사 막는다"…판교 IT사업장 공동대책위 출범
IT갑질신고센터도 운영…병폐로 남은 수직적 조직문화 개선 강조
정부·지자체에 실태조사·상담치료기관 설립·법 개정 촉구
2021-08-10 13:58:22 2021-08-10 18:30:33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판교의 정보기술(IT) 기업 내 과로·갑질 문제가 노동환경 전반의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웹젠, 포스코ICT 등 7개 IT기업 노동조합지회로 구성된 민주노총 화섬노조 IT위원회는 직장갑질 119, 유니온센터 등 시민단체와 연합해 ‘판교 IT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IT공대위)’ 발족식을 열었다. 이들은 네이버의 경우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협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IT공대위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사진/이선율기자
 
이날 오전 IT공대위는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발족식을 열고, IT업계 전반에 만연한 직장인 갑질 문제를 되짚으며 직장내 갑질 관련 피해자 찾기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더불어 노동부를 향해 판교 IT사업장에 대한 예방교육·근로감독 실시, 지자체에 IT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및 상담치료기관 설립, 근로기준법 내 직장내 괴롭힘 인정범위 한정·5인미만 사업장 제외 등의 내용 개정을 요구했다. 
 
신환섭 IT공대위 공동대표(화섬식품노조 위원장)는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 등 IT사업장들 내에서 전반적으로 직장인 갑질 문제 등으로 (직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더 이상 문제가 방치돼선 안되고 그들이 드러내놓고 이와 관련해 문제 개선을 논의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노동부의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확인시켜준 만큼, 같은 환경인 IT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IT공대위 구성원들이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선율기자.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인사평가권을 독점하고 있는 사측에 직장내 괴롭힘 문제 처리 권한까지 맡겨두면 이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음이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면서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회사 내 권력을 사측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사측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오 지회장은 "(문제 발생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고용노동부에 보다 적극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판교 IT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조속히 실시하고 노사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하며 적극적인 지도·조사·근로감독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공대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 판교지역 게임 노동자 809명 중 47.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갑질과 괴롭힘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00인 미만 규모가 57.5%로 전체 평균 47.3%보다 높았고, 주 52시간 외 추가 근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100인 미만 규모 53.8%에 달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은 "스마일게이트에선 최근 평가를 근거로 권고사직을 강행하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면서 "경기도 소재 다른 게임사들도 비슷한 괴롭힘 문제가 언론에 노출됐다. IT 산업은 컴퓨터와 사람만 있으면 플랫폼과 콘텐츠를 만드는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차 지회장은 이어 "괴롭힘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하면 늦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게 지역사회의 역할"이라며 "경기도 IT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연구, 교육, 홍보, 조사, 상담 기관 설립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IT공대위는 변호사, 노무사, 노동전문가로 구성된 IT전담팀을 가동하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갑질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노동법 위반과 관련한 상담을 접수받으며, 무료 법률상담도 진행한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판교에서 일하는 누구든 익명으로 상담받을 수 있고 신원은 보장하도록 할 것"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무료 법률상담, 기업과 노동부 대응, 언론 연결 등 사건이 끝날때까지 함께하는 만큼 적극적인 신고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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