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찰의 시간’ 활용 못하는 경찰
입력 : 2021-07-15 06:00:00 수정 : 2021-07-15 06:00:00
“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온 기회인데 저러다 또 놓칠 것 같지 않아요?”
 
‘가짜 수산업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을 지적하는 한 변호사의 말이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경찰의 수사 진행 과정이 갑자기 답답하게 흘러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수산업자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처음으로 힘을 받으며 제대로 된 수사 주도권을 쥐었다.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반년 만에 ‘경찰의 시간’을 맞이한 것이다.
 
현직 부장검사부터 야당 중진 의원들, 경찰서장, 언론사 간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이 얽힌 사건인 만큼 경찰의 수사 방향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다.
 
경찰은 지난달 검사가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반려하지 못하고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보완 수사가 필요 없을 만큼 명백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찰에 힘이 실리며 검경 수사권 새 풍경이 펼쳐지는 듯 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사 착수부터 시원시원하게 흘러갔던 경찰의 수사 흐름은 박 전 특검 내사 단계에서 막혔다. 경찰은 수산업자에게서 포르쉐 렌트카와 수산물 등을 받은 박 전 특검이 ‘김영란법’(개정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인 ‘공직자’로 볼 수 있는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유권해석해달라고 했다. 판단을 권익위에 맡기며 아직 수사 개시도 못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정농단 특검법 23조 '벌칙 적용에서 공무원 의제' 조항에 따르면 특별검사 등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본다고 적시돼 있다. 이 같은 의제 조항은 ‘공직자’와 동일한 신분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시간을 끄는 동안 박 전 특검 측은 특검이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행 사인’이라는 반박에 나섰다. ‘공무수행 사인’은 공직자가 아닌 공공기관 위원회 또는 공공기관 업무를 위임·위탁받은 사람으로 ‘김영란법’ 처벌 대상이 아니다. 공무 수행 관련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만 처벌 받는다.
 
만일 권익위에서 특검이 ‘공무수행 사인’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경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도 개시할 수 없게 된다. 잇따라 제기되는 의혹들을 규명하지도 못한 채 특검 ‘공직자’ 여부 판단이 수사 흐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경찰 역사상 중대한 변곡점을 넘어 이번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경찰의 수사 역량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였다. 이대로 시간을 더 끌수록 경찰 내부에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어렵사리 확보한 수사권으로 얻은 이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말 것인가.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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