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꽃가마는 오지 않는다
입력 : 2021-07-01 06:00:00 수정 : 2021-07-01 06:00:00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직 사퇴 후 거의 넉 달만인 지난 달 29일 출정식을 치렀다. 한 마디로 총평하자면, '설 익은 밥'이랄까. 이대로는 상에 올릴 수 없는 상태다. 밥을 다시 하거나, 아주 오래 뜸을 들여야 하는. 그런데 내년 봄 대선까지 그렇게 시간 여유가 있을까. 설령, 밥을 다시 해도 뜸이 잘 들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데뷔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부족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윤 전 총장에게 제기된 핵심 의문, 즉 본인-부인-장모가 받고 있는 의혹과 'X파일'에 대해 단 하나의 팩트나 알맹이 있는 답은 하지 않은 채 "이미 국민들이 내가 싸우고 탄압받아 온 과정을 다 알고 있다. 나는 그렇게 (문제있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함으로써, 해명이나 설명 또는 설득의 기회를 스스로 방기했다.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로 일관할 거면 뭐 하러 문답 회견을 하는가. 만일 피의자가 그렇게 모호하게 진술했다면 '검사 윤석열'은 어땠을까. 혹시 호통치고 윽박지르지는 않았을까. 그는 오히려 "마타도어 말고 합리적 근거와 팩트에 입각해서 물어라. 그러면 답하겠다"고 공을 넘겼다. 비논리적이다. 뭐가 마타도어고 뭐가 팩트인지를 구분해서 해명하라는데, 왜 자신이 판관 노릇을 하려는가. 윤 전 총장의 소통 자세나 능력을 회의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윤 전 총장에게 추가 질문하고자 한다.
 
1. "두 전직 대통령분들, 고령에 여성인데 장기 구금상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이 맞다'는 건가. 자기 부정 아닌가. 대구·경북(TK) 표를 의식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으로 선회한 거 아닌가. 그리고 남성-여성이 왜 나오는가. 이미 보편적 상식이 된 '성 인지 감수성'에 문제있는 거 아닌가. 또, 여성임을 고려하고 우대하는 게, 정치 참여 선언문에서 강조한 '공정'과 배치되는 건 아닌가.
 
2. "죽창가 부르다가 한일관계가 최악을 맞았다"고 말했다. 성 노예로 끌려가고 강제징용된 분들 문제를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그랜드 바겐'을 제시했는데, 대협상 일괄타결의 구체적 대책이나 복안은 뭔가. 그랜드 바겐이라…현재는 책임 없는 입장이어서 너무 쉽게 호언장담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시종 '위안부'라고 호칭하던데, 그건 가해자의 용어다. '일제 강점기 성 노예'가 국제법적으로도 정의된 말이다. 조금 길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호칭하는 게 마땅하다. 질문한다. 주체적 민족사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3. 향후 최소 10년 간의 국가적 아젠다나 내년 대선을 관통할 '시대 정신'은 뭐라고 보고 있는가.
 
이상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의 말이 아닌 '본인 육성의 평소 실력'으로 답변해주기를 기대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니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지난 3월 초 검찰총장 사퇴 이후,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억누르는 사람'이 없어졌다. 박근혜정부 시절 복지증세를 놓고 청와대와 대립했던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오버랩된다. 박 대통령과 맞서다 물러난 뒤 더 이상 '박근혜 레이저'가 발사되지 않자, 유 원내대표의 인기는 급락하고 세간의 관심 역시 썰물처럼 빠졌다. 그게 현실이다. 윤 전 총장이 각종 의혹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검증에 명명백백 답하지 않는다면, 그간 여론조사 수치에서 거품이 빠질 일만 남지 않을까.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의 태생적 한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상식은 지루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럼에도 이 상식적 글을 쓰는 이유는, 윤 전 총장이 "이미 국민이 알고 있다"며 인기투표 성격의 여론조사 수치에 기대 '꽃가마'를 기다린다면, 그 꽃가마는 오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이르고자 함이다. 상명하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검찰 조직논리(군대 논리와 흡사)말고, 복잡다기한 그룹을 조정하고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의 단초를 발견하지 못한 건 필자만일까. 그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주파수를 전혀 맞추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은 시쳇말로 "아쉬운 소리 해본 적 없는 수퍼 갑"으로 살아와서 –대한민국의 특권의식 검사들이 대개 그러하다- '꽃가마 체질'일 것이다. 꽃가마는 모호한 사람에게 배달되지 않는다. 꽃가마 탔다고 출입증이 주어지는 시절도 애저녁에 끝났지만.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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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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