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청년주택의 주인
입력 : 2021-06-30 06:00:00 수정 : 2021-06-30 06:00:00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은 길이 2m, 폭 1.5m를 갓 넘겨 1평을 겨우 충족했다. 성인 남성이 두 팔을 양 옆으로 뻗지 못할 지경이었다. 침대 역할을 하는 매트리스를 놓으면 방 문을 겨우 열 수 있고, 책상과 매트리스만이 겨우 자리하고 나머지 가구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작은 고시원의 월세는 20만원대다. 단순히 월 20만원이 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평당 임대료 월 20만원이면 강남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전세로 전환하면 1억원이나 된다. 곰팡이 가득한 이 방에서 청년들은 어떤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부동산 불패신화가 계속될수록 청년 주거난의 그늘은 깊어만 간다. 이미 민간시장에서는 해법을 기대할 수 없다. 청년들이 살지 못하는 도시 서울을 만들 뿐이다. 더 작게 더 열악한 환경으로 그들을 쫓아도 이젠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조차 그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서울에서 ‘500의 30’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하지만, 공공은 청년주택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윗 사람이 하라고 하니, 중앙정부에서 눈치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시책인 상황에서 그들에게는 실제 사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공급실적, 즉 숫자가 더 중요하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표적인 엇나간 청년주택 정책이다. 역세권에 낡은 민간건물을 용도변경해 높은 용적률을 주고 대신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수만호를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민간 인센티브는 커져만 가고 공공성은 줄어 들었다.
 
그렇다보니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 사업자들만 배불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거면적은 줄어들고 월세는 주변 민간 임대주택과 큰 차이 없다. 청년들은 위한 커뮤니티 시설도 줄어드니 단지 역세권에 있는 용적률 높은 대규모 임대주택이란 목소리도 있다. 청년들이 선호할만한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SH나 LH 등이 시행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어떤가. 청년 주거난을 빠르게 해소하고자 기존 주택을 매입해 바로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제도다. 그런데 왜 이렇게 취지가 좋은 사업이 공실률이 높고 청년들이 불만을 토로할까.
 
마찬가지로 청년은 뒷전이다. 매입하는 기준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우선되지 않고, 공급자 입장에서 매입하기 편한 지역이 우선이다. 심지어 뇌물을 받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지경이다.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공실률과 경쟁률이 둘 다 높은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운영·관리도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가전이나 가구 옵션은 물론 제대로 된 에어컨 실외기 설치 구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흔하다. 부실공사도 흔히 발견돼 신축된지 얼마 안 된 곳도 장마철 누수가 발생하고 하자 사례는 흔하디 흔하다. 
 
엄연히 입주자가 중심이 돼야 할 주택임에도 청년들은 이들 매입임대주택 모집도 힘든 과정을 거친다. 홈페이지에서 모집 지원을 찾기 힘들고 지원해도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제 때 안내되지 않는다. 심지어 입주 전에 계약할 집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니 최초 계약이 실거주로 이어지지 않는 비율이 높다.
 
주택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이웃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지역에서의 경험으로 장기거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닭장 같은 주택으로 청년들을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청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들이 원하는 주택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청년주택의 주인은 청년이다.
 
박용준 사회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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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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