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왕국 '쿠팡')'보안보다 대관' 사고 터질 때마다 김범석 방패막이
최근 2년간 쿠팡으로 간 15명 퇴직공직자…검·경 출신 절반
제21대 대선 전후 퇴직공직자 8명…고위직 임원으로 영입
쿠팡파이낸셜 사외이사 4명 중 3명 금융감독기관·전관 출신
17일 과방위 청문회, 김범석 의장 비롯 대관 업무 총괄 증인 채택
2025-12-11 16:51:01 2025-12-11 17:06:44
[뉴스토마토 이혜현·이수정 기자] 사상 최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이 100여명의 초거대 '대관 방패'를 앞세워 대한민국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국회는 쿠팡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응하고 있죠. 또 쿠팡이 올해 정권교체 이후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대관력 강화에는 기를 쓰면서, 정작 초대형 정보 유출 사태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기간 동안 총 5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해외 체류를 이유로 단 한 번도 모습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3일 이틀에 걸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현안질의도 같은 이유로 불출석하며 두문불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의장이 지금까지 쿠팡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두 회피하며 최소한의 기업 윤리를 저버리는 행태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보안이나 노동 시스템을 갖추는 비용보다 대관 인력에 들이는 인건비가 더 싸다는 ‘김범석식 경영 마인드’가 만들어낸 거대 대관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쿠팡은 이번 역대 최대 규모의 보안 사고 외에도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정기관 출신 관료와 전·현직 정부 인사, 대기업 출신 임원 등을 대거 대관 팀으로 영입해 정부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축소해왔는데요.
 
(그래픽=뉴스토마토)
 
'퇴직 공직자 15명' 쿠팡 이직…대통령비서실 출신 3명
 
인사혁신처 공직윤리위원회가 발표한 '퇴직공직자 업무취급승인 심사결과'를 보면 최근 2년(2023년 12월~2025년 11월) 쿠팡 및 쿠팡 계열사로 이동한 퇴직 공직자는 1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쿠팡으로 이동한 퇴직 공무원 중 경찰청 출신 인사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통령비서실 출신도 2년 새 3명이 쿠팡으로 이동했습니다. 검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각각 2명이 이직했고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에선 1명이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최근 산업재해 이슈가 불거진 쿠팡 택배 계열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는 고용노동부 출신 공직자를 앉혔습니다.
 
특히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올해 6월 최근 가장 많은 퇴직 공직자를 선임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에서 6월 퇴직한 공직자(3급)는 곧장 쿠팡 상무 자리에 올랐고, 산자부 출신 3급 공직자는 쿠팡 부장, 공정위 4급 공직자는 쿠팡페이 전무로 이동했습니다. 고용부 6급 인사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부장, 검찰청 7급 공무원은 쿠팡 부장, 지난 2022년 7월 퇴직한 경찰청 경위는 물류관리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 현장관리자로 임명됐습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7월에는 기획재정부 퇴직 공직자(4급)가 쿠팡 상무로 이직했고, 8월에는 검찰청 검사가 쿠팡 상무이사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경찰청 경감(6급) 출신 1명이 11월에 퇴직한 뒤 취업 가능 결과를 받고 이달부터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윤석열정부 당시인 2024년 2월에는 대통령비서실 퇴직자(정무직)가 쿠팡 경영관리실 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대통령비서실에서 3급 퇴직 공무원이 쿠팡 이사 자리로 이동했고, 경찰청에서는 5월과 6월, 11월에 퇴직 공무원(경감) 3명이 쿠팡 부장 직급으로 이직했습니다.
 
쿠팡은 전, 현 정부를 총망라한 주요 인사와 사정기관 출신 관료 등을 대거 대관 조직으로 영입해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인데요. 업계는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대관 조직이 한국의 시스템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해도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대신 대관 조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라며 "쿠팡을 비롯해 애플이나 아마존 등 미국 기업도 본토에서는 여론을 엄청 신경 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쿠팡이 한국에서 연 50조원 가까운 돈을 벌어 가면서도, 한국을 돈 벌어다 주는 변방국 취급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면 그에 맞게 대표를 바꾸고, 대관 조직을 꾸리는 모습은 우리 국민을 얕잡아 본다는 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개 계열사 전·현직 대표 법조출신…금융계열사도 금융감독기관 인사 일색
 
쿠팡은 그동안 노동환경 개선, 내실 경영과 거리가 먼 전관 영입에만 집중하며 외형적으로만 성공한 사업모델을 구축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전부터 정권 로비와 사법 리스크 관리를 위한 사전 작업 차원에서 법조계 인사를 대관팀으로 포섭한다는 의혹이 일었죠.
 
지난 5월 기준 쿠팡의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쿠팡을 포함한 16개 계열사 대표이사 중 쿠팡,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쿠팡페이, 쿠팡파이낸셜 등 총 5개 계열사 대표이사가 법조인 출신으로 나타났습니다.
 
강한승 쿠팡 Inc. 북미 사업개발 총괄은 2020년 11월 쿠팡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약 5년간 활동하다 지난 5월 돌연 사임하고 쿠팡 Inc. 북미사업 총괄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강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견판사,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를 거쳐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미국 대사관 근무 시절 보좌했던 인물로 전 정부 관련 인사로 알려집니다.
 
이 밖에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법률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2년 쿠팡으로 영입됐습니다.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이사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역임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근무하다 2023년 쿠팡에 합류했습니다. 쿠팡의 금융계열사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 대표이사 역시 법조계 출신으로 정찬묵 쿠팡페이 대표는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원을 지낸 이력도 있습니다. 김영준 쿠팡파이낸셜 대표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으로 2022년 쿠팡으로 이동했습니다. 쿠팡파이낸셜 사외이사 총 4명 중 3명이 금감원, 감사원, 전관 출신이었습니다. 이석근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냈고, 임상미 사외이사는 감사원 전략감사단을 박혜진 사외이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관 조직 실체를 종합해보면 쿠팡이 그동안 국내에서 초거대 대관팀을 앞세워 크고 작은 사고마다 김 의장의 책임 면피를 위해 물밑에서 정치권과 정부를 상대로 로비 업무에만 집중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재발 방지는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오는 17일 과방위 청문회에 김 의장을 비롯해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민병기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베일에 쌓인 쿠팡의 대관 조직 실체가 드러날지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공식적으로 답변할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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