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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업, 탄소중립 위한 CCUS 기술 상용화 잰걸음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해 새로운 에너지원 창출
정부, 상반기 중 기술 실증·상용화 로드맵 수립 예정
2021-05-30 12:04:21 2021-05-30 12:04:21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뛰어들고 있다. 제품 생산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탄소를 모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선진국 기술력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단계고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투어 CCUS 사업에 진출하는 만큼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케미칼 여수1공장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제어실(사진왼쪽)과 전처리, 분리실증설비(사진오른쪽). 사진/롯데케미칼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 SK이노베이션(096770), 현대오일뱅크 등은 CCUS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CUS 기술은 발전소나 산업시설 등 산업현장에서 방출된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하거나 저장해 공기 중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술이다. CCUS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간 37억톤(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는 등 기후변화 문제를 해소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을 '저감하기 어려운(hard-to-abate)' 탄소 배출량 분야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CCUS 기술 없이는 완전한 의미의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0'인 상태)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IEA가 지난해 발간한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CCUS 관련 연간 투자 규모는 280억달러(한화 약 31조23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CCUS 기술 자립 및 상용화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석화 기업 최초로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CCUS 실증설비를 여수1공장에 설치했다. 아직 실증 작업에 착수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1년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 질소산화물(NOx) 영향 평가 등을 거쳐 2023년까지 상용화 설비를 완공 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상용화가 완료되면 연간 6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포집이 가능하다"면서 "순도를 높여 자체 생산하는 폴리카보네이트 제품 생산 원료로 사용하거나 드라이아이스와 반도체 세정액 원료로 만들어 중소 화학사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후 대산공장과 울산공장까지 관련설비를 확대해 연간 2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CCUS 기술 개발을 위한 국책 과제 및 연구 협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SK이노는 자사 계열사 SK에너지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탄소 포집·저장 실증 모델을 개발해 오는 2025년부터 연간 4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이송해 동해가스전에 저장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노르웨이 국책연구소(SINTEF) 주관으로 진행 중인 700만 유로(한화 약 95억1580만원) 규모 '유럽연합(EU) 리얼라이즈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공동개발 합의계약을 체결했다. 정유 공장에서의 차세대 이산화탄소 흡수제 개발 역량 확보, 차세대 이산화탄소 습식 기술 검증 활용을 위한 시뮬레이션 툴 확보, 자체적인 CCS 기술경제성 평가 역량 확보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7월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안에 파일럿 플랜트를 세울 예정이다. 석회 제조사 태경그룹과 함께 원유 정제 과정 및 부산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탄산칼슘으로 바꾸는 사업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축 자재의 원재료로 쓰인다.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연산 60만톤(t) 규모의 탄산칼슘 생산 플랜트를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CCUS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한국형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K-CCUS) 추진단을 발족했다. 추진단은 정유·석화 관련 50개 기업과 함께 △기술개발 수요 파악 △정책 수요 발굴 △CCUS 성과 확산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CCUS 기술 실증과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관의 노력에도 국내 CCUS 기술력 및 산업 환경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8년 CCUS시설 등에 대한 세액공제혜택(2008년 도입)을 상향조정 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경제산업성과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가 탄소활용로드맵 1.0을 발표, 오는 2030년 CCU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로드맵을 제시했다. 노르웨이는 이미 정부주도로 27억달러(한화 약 3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탄소포집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형 트렌드에 맞춰 CCUS 기술 자립은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미국과 같이 CCUS 관련 연구개발(R&D)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식의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기업들 차원의 기후대응을 위한 신사업 육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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