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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도 사고 차량 갇힌 일가족 구한 김기문씨 'LG의인상'
폭발 직전 차량서 운전자 구한 환경미화원 박영만·허원석씨도 수여
2021-04-20 11:00:15 2021-04-20 11:00:15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LG복지재단이 지난달 경남 김해시 차량 추락사고 현장에서 하반신 장애에도 불구하고 물에 잠긴 자동차에 갇힌 일가족을 구한 김기문씨에게 LG의인상을 주기로 했다.
 
20일 LG(003550)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1일 정오 경 김해시 봉곡천 옆 둑에서 낚시를 하던 중, 근처 좁은 교량에서 한 차량이 마주 오던 차량에게 길을 비켜주려다 농수로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김씨는 과거 큰 사고로 4급 장애 판정을 받아 몸이 불편했지만,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전복된 차량 안에는 일가족 세 명이 수압으로 인해 문을 열지 못한 채 갇혀 있었다.
 
김씨는 전날 내린 비로 농수로에 흙탕물이 많이 차오르고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손을 더듬어가며 손잡이를 찾아 온 힘을 다해 문을 열었다. 그는 운전자를 물밖으로 끌어올린 후 "차 뒷자석에 두 명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차량 뒷문을 열어 운전자의 아내를 구조했다. 이어 옆자리에 있던 운전자의 아들까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예전에 사고로 힘든 고비를 겪었을 때 소방관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 수 있었다"며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에 몸이 이끄는 대로 구조에 나서게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편, 충북 진천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박영만, 허원석씨는 지난달 11일 새벽 3시경 수거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차로에서 차량이 교통섬에 부딪혀 불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하반신 장애에도 불구하고 물에 잠긴 자동차에 갇힌 일가족을 구한 김기문씨. 사진/LG
 
두 사람은 119 신고 후 화염에 휩싸인 차량 운전석 문을 열고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끌어낸 뒤 폭발을 피해 20미터 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이들은 출동한 구조대에 운전자를 인계하고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두 사람의 선행이 알려졌다. 두 사람은 "사고 현장에서는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장애를 극복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에는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36년간 119명의 위탁자녀를 양육해온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씨, 34년간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하고 있는 최고령 의인상 수상자 정희일 할머니, 55년간 ‘사랑의 식당’서 무료 진료와 급식 봉사를 펼치고 있는 박종수 원장 등이 LG의인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LG 의인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145명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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