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후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핀셋규제가 부상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온다. 대출 실행 과정에서 투기 여부를 알기 어려운데다 자칫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LH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 금융권 비주담대의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LH직원 투기 대출이 일어난 북시흥농협의 현장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농협중앙회가 북시흥농협에 대해 자체조사한 결과, 대출 과정에서 법·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자체조사 결과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며 "담보인정비율(LTV)도 모두 규정에 따라 준수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법·규정위반 사실이 없더라도,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투기성을 걸러낼 수 있는 규제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상호금융 비주담대에 대한 LTV를 기존보다 더 조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투기성을 핀셋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다. 예를 들어 은행 직원은 고객의 농지 취득 증명서를 근거로 대출을 실행하므로 투기 여부를 알수도 없고 들여다 볼 권한도 없다. 지자체에서 농지 취득을 허가했다는 것이 이미 농업 목적임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농업 목적'이라고 검증한 토지를 금융사 직원이 일일이 캐물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권한 없이 용도를 캐묻는다고 고객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 비주담대 LTV를 조이는 방안도 투기를 걸러내는 대안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현재 상호금융 비주담대 LTV는 40~70%로 시중은행(60%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의 규제가 시중은행보다 더 완화된 이유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영농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LTV를 조이면 실수요자들의 자금 융통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업 3년 이상 등 일정기간의 자격을 보유한 자에게만 담보대출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에 따라 귀촌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귀촌 신청자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도 핀셋 규제에 대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비주담대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영농인이나 자영업자에게 큰 타격이 갈 수 있다"며 "그렇다고 은행 창구에서 돈 빌려 가는 사람이 투기꾼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결국 LH 사태 반복을 막기 위해선 금융제재가 아닌 지자체 감독과 LH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가 토지 용도에 대한 현장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해 투기가 걸러지지 않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인 LH에서 준법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근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17일 전북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깃발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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