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중심지로 부상하려면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과 법률 제도를 장점으로 부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세금 완화 등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법률과 금융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미국의 금융 허브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코로나19 여파로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8일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 국내점포는 165개였다. 업권별로는 은행 54곳, 증권사 23곳, 자산운용 29곳, 투자자문 9곳, 보험사 29곳, 여신전문사 13곳, 저축은행 8곳 등이었다.
정부가 금융중심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계 금융사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연도별 외국계 금융사 점포수는 2016년 168곳, 2017년 165곳, 2018년 163곳, 2019곳 163곳 등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로 수익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과 금리가 낮아지면서 수익을 추구하기 어려워진 반면 국내 금융사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계은행이라도 금리와 성장률이 낮은 국내 시장에선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며 "거기다 국내 금융사가 발전하면서 외국계 금융사의 차별화 특성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은행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M&A(인수합병) 활성화가 미진하고 규제가 강해서 비즈니스 자체가 한정돼 이탈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바꾸기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강점을 소구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였던 홍콩이 국가보안법 시행을 계기로 이탈 현상이 확산하는 것을 비추어 봤을 때 안정적인 금융 및 법률 시스템, 재난 방역 정책 등을 이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미국에서도 금융사들이 주로 밀집했던 뉴욕을 벗어나 플로리다로 옮겨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홍콩에서 이탈하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금융 시스템과 법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점과 방역면에서 안전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세일즈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제금융시장 리듬을 보면 홍콩에서 일본으로 금융 자본이 넘어가는 구조"라며 "규제를 개선해서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교수는 "경제 규모가 큰 일본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금융허브가 될 수 있던 것은 소득세, 법인세가 낮고 영어 사용이 편리한 환경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외국계 금융사 이탈을 막으려면 세금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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