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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 코로나 뚫고 글로벌 진출 박차…"미래동력 확보"
선진국 산학연계프로그램·공격적 R&D 투자 등
대웅제약· 동아에스·보령제약 등 10개사 보스턴에 둥지
2021-02-03 15:08:59 2021-02-03 15:08:59
미국 보스턴 켄들스퀘어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연구소 등 현황. 자료/MIT ILP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코로나19 파고를 넘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주춤한 시장 상황 속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역대급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진출 중요성을 실감한 만큼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미래동력 확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언택트 방식을 활용해 코로나19 상황 해소 이후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구축을 통한 선진국가 산학연계프로그램 가입을 비롯해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한 경쟁력 입증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코로나19로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현지 방문이 어려웠던 지난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화상 세미나와 온라인 간담회 등을 수 차례 진행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가 일평균 2만~4만명에 달하던 지난해 6월 협회와 14개 제약사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학연계프로그램(ILP) 멤버십에 가입하는 화상 협약식을 진행했고, 캠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 입주 화상 기념식을 열었다.
 
이를 통해 컨소시엄 형태로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일동제약, 종근당 등 14개가 MIT ILP 멤버십에 가입했고,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 10개사가 CIC에 입주하기로 했다. 해당 기업들이 미국 보스턴에 둥지를 트는 것은 보스턴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지역 명문대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군집해 자생적으로 발전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약 1000개의 바이오기업이 7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2조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앞서 유한양행, GC녹십자, LG화학, 삼양바이오팜 등 제약바이오기업이 보스턴에 둥지를 틀었고, 보령제약, 오름바이오테라퓨틱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도 현지 진출을 계획 중이다.
 
14개 제약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MIT ILP는 70년 전통의 산학연계 프로그램이다. MIT ILP에 가입한 260여 개 기업간 교류는 물론, 보스턴 켄들스퀘어에 있는 150개 이상 연구소, 1800여 개의 스타트업, 3000여 명이 넘는 교수·연구진 등과 협업이 가능하다. MIT ILP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8회에 걸쳐 MIT 교수진, 연구소, 바이오테크 기업과의 글로벌 화상 교류 시리즈 세션을 운영, 공동 R&D 협력과 사업협력을 논의해왔다.
 
CIC는 1999년 시작된 공유 사무실 플랫폼으로 약 5000개 기업들이 실시간 정보 공유, 파트너링 등을 위해 선택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이다. 중국, 독일, 캐나다, 벨기에 등 각국 정부도 자국기업 중심 거점을 확보해 보스턴에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OI)을 촉진하는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이 같은 기업들은 현지에서 지원하기 위해 미국 LA지사의 보스턴 이전을 결정한 바 있다.
 
이병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팀장은 "보스턴은 임상연구부터 기술, 인력, 자본의 콜라보레이션이 집약돼 블록버스터를 향한 전 세계 빅파마의 경쟁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전환되면 제약사들의 CIC 입주 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경쟁력 입증을 위한 노력은 지난달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행사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두드려졌다. 코로나 상황에 최초로 온라인으로 열린 행사에도 불구 연구성과와 신약개발 전략 발표 행보가 이어졌다. 
 
국내 기업 중 처음 발표에 나선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백신 생산, 진단키트와 치료제 개발 등에 대한 코로나19 대응 로드맵을 발표했다. 메인트랙에서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인천 송도 4공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국산 보툴리눔 최초의 중국 허가 획득에 성공한 휴젤은 미국과 유럽 시판허가를 시작으로 향후 3년 이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을 현재 28개국에서 59개국으로 두 배 늘리고 5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올해 처음 컨퍼런스에 참가한 HK이노엔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혁신 플랫폼으로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고, LG화학은 4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핵심성과를 중점적으로 발표했다. 일동제약은 대사질환치료제, 간질환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하고, 직접투자로 40% 지분을 보유한 셀리버리의 파킨슨병치료제 후보물질도 소개됐다.
 
이밖에 올해 역시 공격적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제약업계는 코로나로 인한 해외법인 매출 감소 등의 어려움 속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해외 제약사에 이전하는 기술 수출 분야에서 사상 첫 연간 1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제고 효과를 톡톡히 확인한 만큼 관련 행보 역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협회 역시 R&D 투자와 글로벌 진출에 나서는 제약·바이오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원희목 협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보다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과 공격적 혁신을 전개해 글로벌 선진 제약바이오기업들과 경쟁 가능한 체질을 갖춰 나가는 한해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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