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유해진의 전매특허는 영화 관계자들이라면 이견을 낼 수 없는 ‘인간미 넘치는 연기력’이다. 하지만 그가 필모그래피 사상 최초로 ‘인간미’를 버렸다. ‘인간미’만 버린 게 아니다. 그가 맡은 배역이 ‘인간’이 아니다. 국내 상업영화 사상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승리호’의 ‘업동이’를 연기한 유해진이다.
‘승리호’는 무려 240억이 투입된 대작이다. 영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은 ‘업둥이’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당초 ‘목소리 연기’만을 염두 했었단다. 배우의 목소리 연기 위에 CG로 만들어 낸 가상의 캐릭터를 준비했었다고.
하지만 유해진은 ‘업동이’ 캐릭터에 캐스팅되면서 큰 결심을 했다고. 직접 조 감독에게 ‘목소리’ 연기만이 아닌 직접 연기를 제안했단다. 하지만 얼굴이 없는 로봇 연기였다. 제작진은 유해진의 이 같은 파격 제안에 국내 영화 사상 최초인 ‘모션 캡처’를 도입했다.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한 할리우드 특급 스타 앤디 서키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연기 방식이다.
극중 ‘업동이’는 로봇이지만 장래희망과 권태, 희로애락 등 선명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다. 조 감독은 뉴스토마토에 “처음에 목소리 연기만 제안을 드렸는데, 가상의 캐릭터 움직임에 목소리만 나오면 하나의 감정을 가진 캐릭터가 되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유해진 배우가 직접 전했다”면서 “직접 모션 캡처 연기까지 하겠단 제안을 직접해 주셨다”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된 유해진의 ‘업동이’는 ‘승리호’의 완벽한 씬스틸러이자 상징으로 주목될 듯하다. 할리우드 특급 블록버스터를 통해 대중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모션캡처’ 연기가 ‘승리호’의 흥행을 얼마나 끌어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해진이란 배우의 존재감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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