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삼성…이재용 공들인 시스템 반도체 어쩌나
'30조원 투입' TSMC와 격차 확대 우려…과감한 투자 확대도 어려워
입력 : 2021-01-19 15:58:31 수정 : 2021-01-19 17:51:34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한동안 선장 없는 항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면서 당장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작지만 신성장 동력 확보는 차질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경영인이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나 과감하고 신속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발 늦은 결정은 미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향한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연구개발과 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사업장에서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평택 2공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시설 반입식에 참석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 선두 도약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 부회장은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도 점검했다. 평택 2공장은 디램과 차세대 V낸드 플래스,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이다.
 
작년 10월에는 유럽 출장길에 올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ASML의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의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한 행보다.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챙기면서 삼성전자는 퀄컴의 5세대 이동통신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4시리즈,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파워 10,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 등의 생산을 맡게 되는 등 파운드리 부문에서의 성과가 확대됐다.
 
파운드리 시장 내 순위는 2018년 상반기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올라왔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7%에서 17%로 높아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점유율 54%와 격차가 크지만 3위권이 7%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TSMC가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투자로 독주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TSMC는 지난 14일 올해 설비투자액은 작년보다 45~63% 증가한 250억~280억달러(약 27조5000억~31조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19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TSMC는 5㎚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 구매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TSMC가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결정은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TMS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상 유지 수준의 판단은 전문경영인이 충분히 잘해나갈 수 있지만 수조원이 오가는 투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결정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전에 계획된 것 이외에 새로운 대규모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관련 투자는 12조원 정도로 전망된다.
 
반도체 분야 외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나 지분투자 등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나 LG 등은 총수가 구심점이 돼 큰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리더가 자리를 비운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돌아올 때까지 의미 있는 수준의 M&A나 투자는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세계 최고 로봇기업으로 손꼽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했다.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M&A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로봇개발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총 1조원 규모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량생산체제를 조기에 구축해 사업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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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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