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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포모증후군)"똘똘한 한채 없는데 주식이라도"…빚 내서 투자하는 개미들
주식 열풍에 세대 불문 박탈감…신용융자잔고 21조 역대 최고
2021-01-18 04:00:00 2021-01-18 04: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후반 A씨는 지난해 말 '7만전자' 때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수입이 있을 때 모아 놓은 소액으로 투자하다보니 수익률은 높지만 수익금액은 크지 않았다. 부모나 형제에게 돈을 빌려 적극적으로 투자 해볼까 고민이다.
 
주식에 문외환이었던 디자이너 B씨는 만기가 남은 적금통장을 해지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애초 재테크의 목적은 예적금으로 종잣돈을 모아 주택 구입에 쓰려고 했지만, 최근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코스피가 3100선에 안착한 이후 조정을 받고 있지만,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두 사람만 모이면 주식 이야기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억대 자금이 들어가는 부동산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여윳돈이 없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식투자는 수입이 있는 직장인들만의 고민일까.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올 들어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겹쳐 취업 시기도 늦어지는데, 주식시장에서라도 돈을 벌어야한다는 한탄이 이어졌다.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지인들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급격히 불리는 것을 지켜봤다. 게시판에는 "열심히 해서 운좋게 대기업 들어가 정년까지 일해도 돈이 얼마나 모일지 모르겠다", "운좋게 취업해도 근로소득이 별볼일 없게 되니 의욕이 줄어든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투자 고민글에는 '지금이라도 시작하라'는 댓글과 '취업준비만 제대로 하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주식투자를 추천한 쪽은 "주식투자를 병행하면 경제적으로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경험 삼아서도 나쁘지 않다" 등의 의견을 냈다.  "취업해서 밑천을 키운 뒤 투자하는 게 낫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며 만류하는 댓글도 달렸다.
 
13일 한 취업준비생 온라인 카페(독취사)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 사진/뉴스토마토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주식 투자를 못 했거나, 투자 적기를 놓친 사람들도 마음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C기업에 다니는 40대 윤모씨는 입사 동기 중에 가장 먼저 과장으로 승진했다. 월급이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윤씨의 고민은 재테크에 있다. 평소에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얘기만 하던 다른 동기는 주식 투자로만 연봉을 벌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는 "일 중독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승진했지만,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싶다"고 했다.
 
지난해 이른바 '영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한 D씨는 주식에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 매달 주택대출 원리금으로 200만원을 내다보니 주식 투자를 하려면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 문 씨는 "'똘똘한 한 채'는 진작에 포기하고 서울 외곽에 낡은 아파트를 겨우 구했다"며 "매달 200만원의 원리금을 갚느라 주식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도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피아노학원을 시작한 E씨(여·37세)는 개원 한 달만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고 절박한 마음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다행히 수익은 나고 있지만, 임대료라도 맞추려면 투자금을 더 늘려야 할까 고민이다.
 
주식투자의 소외감과 불안함은 빚 내서 투자하는 '빚투'로 이어졌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3일 기준 2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19조원을 돌파한 지 한 달 만에 약 2조원이 더 불었다. 주식투자 자금으로 쓰였다고 일반화 할 수 없지만 지난달 은행 예적금도 크게 줄었다. 5대 은행의 예·적금은 잔액은 지난달 약 674조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7조5000억원이 줄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030 신규계좌가 특히 늘긴 했으나 여전히 투자금은 60대 이상이 1위"라며 "청년들은 아직 소득과 자산이 많지 않다 보니 빚투의 유혹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주식은 여윳돈으로 해야 안전하며, 특히 유동자산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에겐 더 중요한 원칙"이라고 했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주식 관련 서적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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