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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큰 에너지 빛으로 증폭시키는 '광사태 현상' 세계 최초 발견
한국화학연구원과 미국·폴란드 공동연구팀 연구…네이처지 표지 실려
2021-01-15 03:00:00 2021-01-15 03: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나노물질에 작은 에너지의 빛을 쏘여도 큰 에너지의 빛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광사태 현상’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이 광사태 나노입자는 바이러스 진단이나 자율주행자동차, 태양전지 등 미래 기술에 폭넓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서영덕·남상환 박사팀은 미국·폴란드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특수한 구조의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이 나노입자에 작은 에너지의 빛을 쏠 때 물질 내에서 빛 알갱이가 더 큰 에너지의 빛으로 연쇄 증폭되는 '광사태 현상'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러한 광사태 나노입자는 바이러스 진단 등 바이오·의료 분야, 자율주행자동차 등 첨단 IoT 분야, 태양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 미래 기술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나노 물질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일부는 열에너지로 소모하고, 나머지를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의 빛으로 방출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물질에서 하향변환이 일어나는 것과 달리, 일부 원소의 나노물질에서는 상향변환이 일어난다. 작은 에너지의 빛을 흡수해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이 상환변환 나노 물질(UCNP)을 이용하면, 광원으로 작은 에너지의 적외선을 사용할 수 있어 측정하고자하는 시료를 제외한 이물질에 빛이 잘 도달하지 않아 노이즈가 적으며, 작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료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향변환 물질은 차세대 바이오 의료 기술, IoT 기술, 신재생 에너지기술 등에 활용 가능성이 높아 최근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상향변환 나노 물질은 광변환 효율이 1% 이하로 매우 낮기 때문에 현재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화학연구원은 이런 걸림돌을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상향변환 나노 물질인 광사태 나노입자가 처음으로 발견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광사태 나노입자는 광변환 효율을 기존 상향변환 나노물질보다 매우 높은 40%까지 높일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서영덕, 남상환 박사 연구팀은 미국·폴란드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툴륨(Tm)’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로 합성하면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한 세기로 쪼여도 빛이 물질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광학적 연쇄증폭반응을 일으키는 나노입자가, 마치 빛이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광사태 나노입자(ANP)로 이름붙였다. 이 결과는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의 거대 비선형 광학 반응"이란 제목으로, 영국시간 2021년 1월 14일자 네이처지(I.F.=42.8)의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연구팀이 발견한 이 현상은 일단 빛이 나노 입자에 여러 번 다중으로 흡수되면, 나노입자를 구성하는 원자 격자 구조 속에서 빛의 연쇄증폭반응이 일어나 다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광학현상이다. 따라서 광사태 나노입자에 레이저 포인터 수준의 약한 세기의 빛만 쪼여줘도 매우 강한 세기의 빛을 방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현상의 발견을 통해, 빛으로 보기 힘든 매우 작은 25nm(나노미터 = 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응용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사태 나노입자는 기존 전지가 흡수·활용할 수 있는 빛의 영역보다 더 긴 파장의 빛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광사태 나노입자를 활용해 임신진단키트 형태의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 체외진단용 바이오메디컬 기술, 레이저 수술 장비 및 내시경 등 광센서 응용기술, 항암 치료와 피부 미용 등에 쓰이는 체내 삽입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 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레이저 포인터보다 더 약한 세기의 LED 빛으로도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영덕 화학연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빛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과 기술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어 향후 미래 신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바이오 의료분야를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위성 등 첨단 IoT 분야, 빛을 활용한 광유전학 연구나 광소재 등의 포토스위칭 기술 분야 등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네이처' 표지.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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