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단독)고난도 금융상품, 온라인서 못판다
당국, 비대면 판매금지 논의…불완전판매 억제 차원
손실률 높고 난해한 구조의 상품, 소비자 스스로 판단 어려워
2021-01-11 06:03:08 2021-01-11 06:03:08
[뉴스토마토 최홍·신병남 기자] 금융당국이 구조가 복잡한 금융상품을 홈페이지·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에서 판매금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사들이 관련 금융상품 설명을 비대면 채널에서 충분히 게재해도,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당국은 금융권과 함께 '금융상품 비대면 판매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고위험 금융상품을 비대면 채널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과 금융권은 비대면 판매가 대면 판매와 비슷한 수준으로 불완전판매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비대면 채널에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금융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고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고위험 금융상품은 예금·대출 등 일반 상품보다 구조가 난해해 소비자들이 상품내용을 오독하고 잘못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PB직원과 소통해 상품구매 여부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전산 시스템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비대면 채널의 불완전판매는 대면 판매보다 쟁점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 소비자가 금융상품의 정보를 잘못 이해하고 구매했더라도 금융사가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구현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사들이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도록 상품 설명서를 난해하게 올려놓거나, 특정 금융상품만 진열하는 등의 행위를 진행한 사실이 당국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당국은 금융사들의 비대면 채널을 조사해 이 같은 불합리한 비대면 시스템을 발견하고 각사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상품은 여타 상품과 달리 적극적 권유에 의해 쉽게 팔리고 문제가 생겨도 리콜이 되지 않는다는 속성이 있다"며 "상품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대면 채널의 신속한 상품 구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비대면 거래에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상품은 팔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DLF·라임 등 기존 불완전판매가 금융사 직원의 잘못된 설명과 권유로 발생했다면, 향후 비대면 채널의 불완전판매는 금융상품의 난해함, 비대면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 금융사의 잘못된 상품 진열 등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특히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핀테크기업 등 금융플랫폼이 쏟아지면서 이 같은 비대면 판매 문제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국과 금융권은 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를 제한하는 것 외에도 건전한 비대면 판매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화로 금융상품을 설명해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전화를 통해 판매되는 금융상품은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녹취 기록을 자동으로 검색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상품 판매는 근본적으로 고객과 판매사간 신뢰의 문제"라며 "이제 핀테크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들어서고 있어 투자 권유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홍·신병남 기자 g243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