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신병남 기자] 하나은행 직원이 고객예금 수십억원을 횡령해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직원은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주들이 대출금을 상환했음에도 이 대출의 상환 일자를 미루는 방식의 대환을 일으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범행해 나선 직원은 코스피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유혹을 이기지 못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측은 지난 6일 부산 영업점 여신담당 직원 A씨의 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부산 영업점에 감사팀을 보냈다. 그 결과 A씨가 차주들의 상환일정을 연기하기 위한 자행 내 대환을 일으켜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은 3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발발 후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이 일면서 코스피가 연고점을 찍는 등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자 한 몫 챙기려 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한탕으로 대박을 친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며 "가진 목돈도 없어 쉽게 손 댈 수 있는 고객의 돈을 손 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며 전례 없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갈아타기(대환대출)' 방식의 횡령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통 대환대출은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옮겨갈 때 사용하지만, 은행 내부에서 기존 대출의 상환일정을 조정하는 목적으로도 사용한다. 신규대출을 일으켜 기존 대출을 갚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1억원의 급전이 필요해 기존 5000만원의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5000만원 대출을 은행에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횡령을 계획한 은행 직원은 5000만원이 아닌 1억원을 대출해주고, 기존 대출 5000만원을 즉시 상환 처리하겠다고 고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실제로 은행 직원은 고객의 기존 대출 5000만원을 즉시 상환처리하지 않는다. 만기시점이 다가올 때까지 주식투자 등 사적으로 유용한다. 이때 고객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에게 1억5000만원의 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30억원에 달하는 횡령죄를 저지른 만큼 A직원은 면직(파면) 처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이 정하는 직원 상벌규정 상 횡령·배임·절도·업무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 범죄행위는 징계양정 기준에서 처분 수준이 다른 항목보다 높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의를 생명으로 삼는 직업이기에 금전과 관련한 죄목들은 가장 높은 처벌 수위가 정해져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내부조사 단계로 혐의 내용이 확정될 경우 경찰 고발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 뉴시스
최홍·신병남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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