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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디지털 사업마저 제동 건 금융위
요구한 전산설비 관련 예산 반토막…인공지능 사업도 보류
2020-12-29 06:15:00 2020-12-29 07:51:47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감독원이 검사 인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부터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금융감독 디지털화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제동을 걸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위가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고 판단해 금감원의 AI 사업을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에 디지털 금융감독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현업 부서의 검사·조사 시스템에 빅데이터·클라우드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에 관련 사업 예산으로 212억8900만원을 금융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관련 예산을 115억8500만원 등 반토막 수준으로 조정했다. 전년과 비교해보면 금융위가 금감원의 전산설비 예산을 34.4% 늘린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지난해 예산이 86억2700만원 등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 이번 증가율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사업 세부 내용으로 봐도 반토막 났다. 금감원은 노후화된 검사·조사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빅데이터 프로그램 △클라우드 시스템 △IPA 등 AI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금융위는 이중 AI 사업을 보류했다. 또 내년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도 소규모로 구축하는 데 그쳤다. 통상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서버를 구축하는데만 최소 수백억원 이상 소요되는 등 대규모로 추진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 디지털화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부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금융감독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핀테크· P2P 등 새로운 산업 유형이 나타나고 저금리 기조로 시중의 자금이 고위험 자산으로 쏠리고 있지만 이를 감독할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력 증원과 관련해 금융위의 허가가 쉽지 않기도 하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설치법에 따라 금융위가 통제 하고 있다. 실제 은 위원장은 지난해 "금감원 인력 늘리는 건 쉽지만 줄이는 건 어렵다"고 말하며 사실상 인력 증원을 반대한 바 있다. 금감원이 레크테크, 섭테크 등 디지털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가 인력을 늘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검사 시스템을 고도화 한다는 복안이다.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인력 증원에 이어 디지털 금융감독 시스템 구축도 제한되면서, 향후 금감원의 기관 독립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위로부터 예산·인력 독립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윤 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원화된 금융감독체계로 인해 감독 정책과 집행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사후 개선이 어렵고 금융감독의 비효율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를 일으켜 금융감독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윤 원장은 금감원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회를 찾아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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