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지독히 일방적인 친절이 불편하다
입력 : 2020-12-06 06:00:00 수정 : 2020-12-06 06:00:00
올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대승적 차원에서야 전 세계 인류의 최대 보건 위협에 따른 위기감 조성을 꼽을 수 있지만, 일상에서 가장 와닿는 부분은 역시 '불편함'이다. 마스크 없이 어떤 곳도 자유롭게 오갈 수 없게 됐고, 지인들과의 모임 자리 역시 눈치가 보인다.
 
울며 겨자먹기로 매일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차에 또 하나의 불편한 소식이 꾸준히 들려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을 향한 지독히 일방적인 친절이다. 이 장관은 최근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북한 지원을 강조해왔다. 심지어 보건당국과는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물량조차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웃 국가의 지원물량을 논할 수 있는 보건당국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전 세계는 각국 물량 확보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의 경우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일 뿐 확정된 물량은 없는 상태다. 무능보다는 신중에 초점을 맞추며 다른 국가의 백신 도입과 부작용 등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4일 기준 국내 확진자가 9개월 만에 600명대를기록하며 상반기 고조됐던 위기감 이상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올해만 버티면 괜찮아지겠지'하던 국민들의 바람은 비관적 전망에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적극적인 국내 백신 물량 확보가 더욱 절실한 때다. 
 
'북한 주민의 안전이 곧 우리의 안전'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이 장관의 말 역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국내에 백신을 요청조차 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약 130억원을 들여 추진한 쌀 지원사업을 비롯해 남측 지원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북측 거부의사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퍼포먼스라는 점을 짐작하더라도, 지나치게 서두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 사태에 고초를 겪고 있는 국내엔 이미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많다. 북쪽의 '우는 아이'까지 달랠 여유를 갖추지 못한 현실을 똑바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장관은 대통령의 임명직이지만,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 친절한 대통령, 장관, 나라는듣기 좋은 말이고, 궁극적으로 지향해 비판을 받을 여지는 없는 목표다. 다만 그 길로 가는 과정이 표를 던진 국민을 우선순위에서 제쳐두는 것이라면, 그리고 당사자도 거부하는 일방적 친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친절은 더 이상 누구도 배려할 수 없게 된다. 
 
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친절이 식당 안에서 마스크를 끼는 것 보다, 주말에 친구들을 마주하고 웃고 떠들 수 없다는 사실 보다 몇 배는 더 불편하다. 
 
정기종 산업2부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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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종

궁금한게 많아, 알리고픈 것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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