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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항공사들 기안기금 '만지작'
아시아나 이어 제주항공·대한항공 유력
무급휴직 지원금 이달 말이면 끝나…보릿고개 임박
2020-10-19 06:10:00 2020-10-19 06:10:0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항공사들이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당초 업계는 까다로운 지원 요건과 각종 제약들 때문에 유상증자 등 자구책으로 버텨왔지만, 업황 악화가 길어지면서 기안기금에 손을 뻗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안기금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은 모두 기금 신청을 완료했거나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기금 1호 지원 대상으로 2조4000억원 규모의 지원 받는 가운데, 지난 15일 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제주항공의 기금 신청에 앞서 전반의 상황과 필요 자금 규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제주항공이 최소 17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5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제주항공의 기금 신청에 앞서 전반의 상황과 필요 자금 규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의 기금 지원이 이달 내로 이뤄진다면 다음 순서는 대한항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약 1조원의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 매각과 1조 유상증자 등의 경영 자구안을 통해 2조원가량의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이는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분기 깜짝 흑자를 이끌었던 화물 운송도 하반기 들어 주춤할 것으로 예상돼 대한항공은 내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기안기금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에어부산도 기안기금 신청 기준을 충족하는 만큼 고려 중이지만,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재매각 문제가 걸쳐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고수했던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기조에 최근 분리매각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에어부산은 기안기금 지원 조건상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자금줄이 끊겼다.
 
이들 항공사가 기금에 눈을 돌리게 된 데에는 장기화하는 국제선 마비와 이달 말까지인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러시아, 중국 등을 중심으로 일부 국제노선이 회복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달 둘째 주말 국적사가 실어나른 국제선 여객 수는 74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만5435명) 대비 97.5%가량 줄어든 수준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항공사들의 무급휴직 인건비를 충당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도 이달 말이면 끝나게 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했다.
 
한편 기안기금을 지원받는 항공사는 경영상 특정 제약을 받게 된다. 6개월간 고용인원의 90%를 유지해야하며, 계열사 지원과 자사주 매입이 금지된다. 아울러 지원액의 최소 10%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로 발행해야하기도 한다. 특히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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