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가계대출 관리 등 현안 대응을 위해 수시검사를 대폭 늘리면서 금융사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정기검사 일정이 잇달아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를 앞둔 일부 금융사에서는 정기검사 연기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KB금융 검사 9월로 연기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KB금융(105560)과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이달 중 실시하고 본검사는 오는 9월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검사 휴지기를 마친 뒤 이르면 이달 중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이 본검사 한 달 전에 검사 일정을 통보하는 절차를 감안하면 본검사는 9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9월 중 현장검사가 시작되더라도 검사 종료 시점은 10월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추석 연휴에 이어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검사 인력을 온전히 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KB금융과 국민은행 검사가 늦어지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검사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권에서 KB국민은행과 전북은행, 케이뱅크 등을 정기검사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JB금융지주(175330)를 비롯해 계열 은행인 전북은행 등에 대한 검사는 상반기 실시했지만 케이뱅크 정기검사는 연말로 밀리거나 검사 범위와 기간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통상 정기검사는 건전성, 내부통제, 지배구조, 소비자 보호, 정보기술(IT) 등 금융사 경영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업권별 검사국의 핵심 인력이 대거 투입됩니다. 한 금융사에 대한 검사가 늦어지면 뒤에 예정된 다른 회사 검사도 순차적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기검사 차질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수시검사 확대가 꼽힙니다. 금감원은 올해 정기검사보다 금융시장 현안과 민원 발생 가능성이 큰 사안을 중심으로 테마검사와 현장점검을 늘리고 있습니다.
은행 대상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는 검사가 대표적입니다. 금감원은 이달 중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신한·하나·SC제일은행 등의 ETF 신탁 판매 실태를 순차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수수료 부과 방식과 상품 위험성,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투자 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는지가 주요 검사 대상입니다.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반기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은행별 대출 총량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대출 취급 과정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시검사는 특정 회사 한 곳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정기검사와 달리 같은 상품이나 영업행위를 취급하는 여러 금융사를 동시에 점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테마검사에 여러 검사반을 꾸려야 하고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 간 협업도 필요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안검사는 수검 대상 회사가 많고 사안별로 확인해야 할 내용도 달라 현장검사 이후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정기검사와 수시검사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 조직개편도 검사 영향
금감원 내부의 조직 개편도 검사 일정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조직과 검사 기능을 확대하면서 기존 은행·보험·증권 검사부서 인력이 일부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정기검사에는 재무·건전성뿐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와 민원 처리, 소비자 피해 구제 등 소비자 보호 부문의 별도 검사 인력이 투입됩니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권 정기검사에 소비자 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해 상품 판매부터 사후관리까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전체 검사 인력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능과 조직만 확대되면 기존 검사부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기검사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금융사는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정기검사는 단순한 재무건전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이사회 운영과 CEO 선임 절차, 내부통제 체계, 금융사고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또는 후계자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금융사에는 검사 시점 자체가 민감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미비나 지배구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정기검사 일정이 맞물리면서 금융권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KB금융은 이달 27일 인터뷰를 통해 회장 후보군을 기존 6명에서 3명으로 압축하고 오는 9월11일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본검사 시점에 차기 회장 후보 검증이나 압축 절차가 상당 부분 마무리 된 상태인 만큼 당국이 경영 승계 절차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업권에서도 올 하반기 SGI서울보증과 동양생명에 대한 정기검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은행권 현안검사뿐 아니라 보험상품 판매와 소비자 보호 관련 수시검사까지 확대될 경우 이들 보험사 검사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는 언젠가 받아야 하지만 CEO 선임이나 임원 인사를 앞둔 시기에는 하루라도 늦게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검사 일정이 뒤로 밀린 금융사 입장에서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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