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까지 겹쳤다…길 잃은 '원화'
원·달러 환율, 1554.9원 마감…1560원 '턱밑'
엔·달러 환율, 163엔 '눈앞'…40년 만에 '최저'
달러 강세에…'동조화' 한·일 통화가치 동반 약세
2026-07-01 17:21:50 2026-07-01 17:57:0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1560원 턱밑까지 바짝 다가섰습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가속화하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습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엔화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역대급 엔화 약세에 원화 가치의 추락이 가팔라졌습니다. 외환당국의 대규모 환율 방어에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흐름을 꺾지 못하면서 원화가 길을 잃은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록적인 엔화 약세에…원화 가치 고속 추락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5원 오른 1554.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5일(1568.0원)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0원 오른 1549.8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오름폭을 확대하며 1559.2원까지 치솟아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1560원 선을 위협하던 환율은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환율이 치솟은 배경에는 엔화 약세가 심화된 이유가 큽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62.837엔까지 오르며 163엔 선을 눈앞에 뒀습니다. 플라자 합의 직후인 1986년 12월 이후 약 39개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어 엔화 가치 하락이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과 일본 정부의 대규모 환율 방어에도 엔저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전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시장 개입 의사를 밝혔지만 엔화 약세의 상승 흐름을 되돌리진 못했습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달러화 강세 영향이 큽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매파적 태도를 보인 것이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고 짚었습니다.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엔화의 다음 저지선이 165엔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입니다.
 
'백약이 무효' 외환당국 환율 방어에도…1600원 돌파 가능성
 
엔화와 동반 약세를 보이는 원화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것은 달러화 강세 속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영향도 있습니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700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지난달 말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 이후 발생한 역송금 수요가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원화 역시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약세 흐름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6년 1분기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내역'에 따르면 외환당국의 1분기 외환 순거래액은 -136억28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9조1000억원 규모입니다. 외환 순거래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순매도했다는 뜻입니다.
 
한은의 이번 순매도 규모는 역대 네 번째로 큰 수준인데, 약 20조원에 달한 달러를 시장에 공급해도 환율 상승 방향을 꺾지 못했습니다. 외한당국이 달러를 풀어 급등 속도를 늦춰도 환율의 방향 자체를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환율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600원 선 돌파 가능성도 나옵니다.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커지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다는 전제를 유지하더라도 하반기 환율의 레벨과 방향을 결정할 핵심 드라이버는 달러화"라며 "약달러 변곡점이 뚜렷하게 형성되기 전까지는 대내적인 수급 부담이 지속되며 1500원대에서 고환율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전 고점 1560원 돌파 시에는 마땅한 저항성을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빅피겨 160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을 넘어선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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