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윤석열씨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불과 30분 앞두고 가상자산 관리인에게 직접 전화해 코인 회수 여부를 묻고, 새 지갑의 명의 결정에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유 후보가 통화한 시점은 그의 배우자 최모씨가 국내 거래소에 있던 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옮기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유 후보가 가상자산 처리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유 후보는 2024년 12월14일 오후 3시27분쯤 유 후보 일가의 가상자산을 관리해 온 A씨와의 통화에서 "(가상자산을) 다 뺐느냐", "그건(채굴한 코인) 확보를 한다 이거지 확실하게?", "그럼 (가상자산) 지갑은 누구 이름으로 만들어야 (하느냐)"라고 직접 묻고 지시했습니다.
통화가 이루어진 12월14일 오후 3시27분은 국회 본회의에서 윤씨의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시작되기 30분 전이었습니다. 소속 정당 대통령의 탄핵 표결이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을 목전에 둔 시점에, 광역자치단체장이 가상자산 관리를 위해 관리자와 긴박하게 소통한 셈입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5월21일 오전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인천 연수구 연수역 앞에서 열린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는 비상계엄 선포의 여파로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던 시기였습니다. 12월3일 밤 11시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일시적으로 34%나 급락했다가,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고 나서야 회복세로 돌아섰고, 이듬해 1월까지 단기 강세 국면이 이어졌습니다.
녹취록 속 유 후보가 A씨와 통화하면서 다그치듯 가상자산 상황을 점검한 건 이런 배경 탓입니다. 당시 그는 "(가상자산을) 다 뺐느냐"며 "우리가 맡긴 게 한 7000개잖아. 그건 다 빼고 그다음에 그동안에 (채굴)한 게 몇 개야?"라면서 구체적인 수량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그게 2만개가 됐든 얼마가 됐든 그건 확보를 한다 이거지 확실하게 그래갖고 저 지갑에 넣는다 이런 얘기 아니야?"라며 회수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2021년 8월 유 후보 측과 체결한 '채굴 위탁 운영 계약'은 본래 6년짜리로, 2027년 8월까지는 가상자산을 A씨에게 맡기기로 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계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급변하니까 유 후보는 3년 만에 코인을 빼겠다고 요구한 걸로 보입니다. 이에 A씨는 유 후보에게 "6년 계약인데 원래 코인을 못 빼요. 근데 이제 기술적으로 이제 좀 (채굴 회사에) 부탁을 해서 (코인을 회수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지금 이제 빼는 작업을 해서 (2024년 12월) 14일에서 15일 중에 다 빠진다고 했거든요"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유 후보가 당시 통화에서 "그럼 지갑은 누구 이름으로 만들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A씨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 때문에 이제 타인 명의로, 제가 한국인이면 그러니까 제가 타인한테 코인을 100만원 이상 보낼 수가 없어요. 해외 거래소로 받으셔야 돼요. 해외 거래소로 받으신 다음에 예를 들어 바이낸스 거래소로 받으신 다음에"라고 답했습니다.
A씨가 언급한 특금법은 '트래블룰'과 관련됐습니다.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옮길 때 송신자·수신자 정보를 거래소가 의무적으로 공유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차명 거래나 신원을 감춘 자금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유 후보가 A씨에게 가상자산 지갑 명의자에 대해 질문하고, A씨가 "타인에게 100만원 이상 보낼 수 없다"고 답한 건 두 사람이 특금법을 피하려고 논의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유 후보는 이어진 통화에서 "디포짓(예치) 한 게 7000개인가 되잖아요", "그다음에 계속 이렇게 (채굴된) 게 기록이 다 있지"라고 했고, A씨가 "기록이 있어서 변경할 수도 없는 거고 블록체인이라"라고 답하자 "그러니까 그거는 계속"이라며 확인을 이어갔습니다. 투자한 가상자산 수량과 채굴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록이 변경 불가하다는 점을 유 후보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상황입니다.
그러자 유 후보 측은 본지의 19일 첫 보도 이후 "(가상자산 투자금액의 출처는) 유 후보 형님의 부동산 매각 대금이며 형의 직접 투자금이고, 가상자산 전문가를 자칭한 A씨에게 기망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사건"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21일엔 △형님의 자필 진술서 △2019년 11월 부동산 매각 증빙 △2021년 8월12일 5억원 송금 은행 이체내역서까지 공개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유 후보 측에 '유 후보가 직접 A씨와 통화하면서 가상자산 처리를 지시한 정황'에 관한 입장과 반론도 요청했습니다.
이에 유 후보 측은 "유 후보는 (가상자산 투자에) 개입을 안 했다. 전혀 관여한 바도 없고 모르고 계신다"며 "(총선 등에) 낙선하시는 분들은 거의 멘붕(멘탈 붕괴) 상태고, 배우자 입장에선 먹고사는 부분 걱정을 하셔야 되니까 그렇게 (2021년 가상자산에 투자) 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취재팀이 '유 후보와 A씨의 통화 녹취록엔 후보 목소리가 직접 나오는데, 그래도 모르셨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유 후보 측은 "그런 부분까지는 아는 바 없다"라고 했습니다.
취재팀은 유 후보 캠프의 '공작정치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심재돈 국민의힘 동·미추홀갑 위원장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면서도 2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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