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백배사죄에도…신뢰회복 '요원'
자체 조사 결과 발표했지만…고의성 여부는 '미결론'
정용진 사과에 오월단체 "진정성 없고 책임 회피" 질타
2026-05-26 16:19:13 2026-05-26 16:52:27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SCK코리아)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 대해 두 차례 고개를 숙이며 백배사죄했습니다. 정 회장은 사과문 낭독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는데요. 다만 5·18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스타벅스코리아의 신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직원 15명 조사…커머스팀 3명은 휴대폰 미제출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기자회견 도중 정 회장은 두 차례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는 사과문을 낭독하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고 박종철 열사의 유가족, 광주 시민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회장은 "지금은 서로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 남기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모두 같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도 근본부터 점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제품 홍보를 위해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누리집에 탱크데이 슬로건을 내걸었는데요. 해당 문구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담겨 온라인을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정 회장은 논란 직후 스타벅스코리아 사장과 담당 임원을 즉시 해임시켰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사과문 발표 이후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공개했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이번 마케팅 관련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내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이 기획했으며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보고 라인을 거쳐 최종 확정됐습니다. 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벤트 결정 날짜는 재고 및 입고 일정 등을 고려해 정해졌습니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는 커머스팀이 삽입, 기존 유사 이벤트에서 사용한 '가방에 쏙'이라는 표현을 참고했다는 설명입니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 등 결재 라인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노트북의 자료·메신저·접속 기록 등에 대한 모바일 포렌식과 교차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담당자가 업무에 사용한 기기와 하드디스크 등도 회수해 조사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임원진 5명을 포함해 실무진 5명, 결재·합의 승인자 5명 등 총 15명입니다. 다만 커머스팀 직원 5명 가운데 3명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고의성을 입증할 핵심 증거인 메신저도 보관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세계, 관리 체계 미흡 인정…5·18 단체 "진정성 의심"
 
전성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현재까지 해당 인원의 사전 모의 등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의 미흡함은 인정했습니다. 전 부사장은 "이번 마케팅은 팀장부터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까지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 진행됐지만 누구도 '5월18일 탱크데이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세계그룹은 '탱크 텀블러' 명칭과 503㎖ 용량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전 부사장은 "텀블러 명칭과 용량은 해외 제조사가 결정한다"며 "스타벅스코리아는 색상과 외관 디자인만 변경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 역시 메신저 기록 유실 등으로 한계가 뚜렷했던 만큼 발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전 부사장은 "모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임직원의 고의 기획 여부에 관한 판단은 유보한 채 경찰 조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스타벅스 미국 본사의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선 "(본사와) 계약서에 콜옵션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이번 사안은 행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미국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하면서 미국 본사 측에 콜옵션 조항을 부여했습니다. 
 
5·18 단체는 정 회장의 사과와 신세계그룹 조사 결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은 "(정 회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며 "책임 회피형 사과로 느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며 "총수의 성향에 맞춰 이벤트가 기획됐다고 본다"고 질타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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