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인천시장 재직 시절 가상자산 2만1000개(당시 시세 1억원 상당)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자산은 유 후보의 배우자가 2024년 12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이전한 것인데, 2025년 유 시장의 공직자 재산 공개는 물론 이달 14일 제9회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고서 어디에도 이 내역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단순 누락을 넘어 회피 의혹까지 제기되는 셈입니다.
유정복, 재산신고 때 '가상자산 국내 계좌에 5천만원뿐'
유정복 후보는 지난 14일 인천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에 6·3 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함께 제출한 재산신고서에 표시된 가상자산(2025년 12월 기준)은 5307만원이었습니다. 내역은 모두 배우자와 장남 명의 국내 거래소 코인원 계좌 보유분입니다. 배우자 최모씨 명의로 △비트코인 0.33개(4291만원) △ XRP(옛 리플) 2594개(706만원) △이더리움 0.71개(310만원)가 신고됐습니다. 장남 명의로는 비트코인 0.0000506개(6000원)가 표시됐습니다. 유 후보 본인 명의로 신고한 가상자산은 0원입니다.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명예선거대책위원장 등과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1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본인이 가진 가상자산을 모두 신고한 게 아닙니다.
유정복 일가의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데 관여한 A씨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유 후보가 부부는 2021년 중순 가상자산 7000개를 구매했다. 2024년 말엔 채굴도 요청해 1만4000개가량을 획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확보한 가상자산을 모두 합치면 약 2만1000개 규모입니다.
최씨는 2024년 12월 보유한 가상자산 중 일부를 바이낸스로 옮겼습니다. 유 후보의 재산신고서에 배우자 명의의 가상자산이 5000만원어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유정복 측 가상자산 관리인, 최씨와 지속적으로 연락해
A씨는 유 후보 측 가상자산을 관리하면서 최씨와 지속적으로 연락했습니다.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최씨에게 "시장님 코인은 12월 중순 락업(Lock-up, 매도 제한) 되어 있는 게 풀리는 것까지 해서 전부 해지 완료될 예정"이라며 "(12월) 15일이나 14일쯤"이라고 했습니다.
가상자산 락업은 특정 코인을 특정 기간 동안 매도하거나 다른 계좌로 전송할 수 없도록 '잠가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락업이 해제되면 해당 코인을 처분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시장에서 특정 코인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코인의 락업 해제 일정을 미리 체크해야 합니다.
유정복 측, 김남국법 적용 앞두고 가상자산 '해외이전'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2024년 12월6일 바이낸스에 계좌를 개설했으며 열흘 뒤인 16일 국내 거래소에 있던 가상자산을 옮겼습니다. 당시 시세로는 1억원대였습니다.
문제는 김남국법을 회피하려는 정황이 짙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재산등록이 의무화된 건 2023년 12월입니다.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 논란' 이후 김남국법(공직자윤리법 및 국회법 개정안) 도입된 탓입니다. 김남국법에 따른 가상자산 재산 공개는 2025년 3월27일이었고, 2024년 변동분(기준일 2024년 12월31일)부터 적용됐습니다.
그러니까 유 후보의 배우자는 12월16일 바이낸스로 가상자산을 옮겼기 때문에 2024년 변동분 적용을 받지 않아 가상자산 재산 내역에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2025년 3월27일 재산 공개 때 유 후보 일가가 신고한 가상자산 총액은 5867만원이었습니다. 배우자 명의로 가스·디스체인·리플·미네랄·비트코인·이더리움클래식·이더리움피오더블유·파일코인 등 8종목이, 장남 명의로는 13종목이 신고됐습니다.
당시 가상자산 재산 신고 때 거래소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 3월 공개 때 거래소가 '코인원'으로 명시된 겁니다. 이달 14일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고서에도 거래소는 코인원만 표시됐습니다.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최씨가 가상자산 재산 신고를 회피하려고 했다는 정황은 2024년 12월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24년 4월 A씨는 최씨에게 "2023년도에 법이 바뀌면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이 생기면서 이제 한국 지갑으로는 돈을 못 받으세요", "그걸 한국 계좌로 보내시면은 재산 신고 때문에 문제가 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요"라고 했습니다. 재산신고 등을 회피하고자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지갑을 만들라는 겁니다.
A씨는 또 "그걸 해외에서 달러로 정리를 하시거나 아니면 방법을 한번 뭐 차명을 사용하시거나 이렇게 해가지고 사용해 보셔야 될 것 같다"며 "국내로 (가상자산이) 들어오는 순간 이제 신고가 되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기 최씨도 "조금 있다가 나중에 조금씩 바꾸든지 할게요", "왜냐하면은 지금 돈도 조금 필요한 상황이고"라고 했습니다.
2025년 12월2일 해외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조짐과 가상자산 관련 경고성 발언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 "단순 실수 보기 어려워…당선무효형 가능성도"
본지는 법조계에 이번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공직자윤리법은 가상자산도 등록 대상으로 한다"며 "명의가 제3자라 할지라도 실질 귀속자가 공직자라면 신고 의무를 진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인정되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무효 사유가 된다"며 "장기간에 걸쳐 재산 신고를 회피하려는 인식과 발언이 반복된 만큼 단순한 신고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해외 거래소 이전에 대해서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 재산 신고 회피나 거래 추적 회피라면 특정금융정보법의 트래블룰 등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우회하려 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래블룰은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옮길 때 송신자·수신자 정보를 거래소가 의무적으로 공유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유 후보 측에 제기된 의혹에 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유정복 캠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후보자의 배우자와 관련된 일로 파악된다"며 "현재 배우자는 인천 백령도 등 섬 지역을 방문하며 선거운동을 수행하고 있어 당장 답변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질문한 내용이 많아 당장 전화 통화로만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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