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엄마, 저 로봇이 나한테 인사했어! 우리 집에 데려가면 안 돼?”
다섯 살 아들이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는 듯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평소 가전제품을 구경하던 손님들이 유독 한 곳에 구름처럼 몰려 있었습니다. 인파의 시선이 머문 곳은 전시장 중앙. 키 130cm의 매끈한 은색 몸체를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나와 관람객에게 손인사를 날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영등포 이마트 타임스퀘어 매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이마트가 지난 1월30일부터 운영 중인 ‘로봇 전용 판매존’은 국내에서 로봇 대중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현장으로 평가받습니다. 매장에는 올해 CES에서 ‘복싱하는 로봇’ 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비롯해 ‘로봇 강아지’ 콘셉트를 내세운 4족 보행 로봇 ‘Go2’와 바둑을 두는 ‘센스로봇 GO’, 시니어 돌봄 로봇 ‘다솜’ 등 총 14종의 로봇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장 오픈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1월30일~2월26일) 동안 이곳에서 판매된 로봇은 약 140여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실제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생성형 AI를 탑재해 대화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반려 로봇 ‘루나 프리미엄’(약 88만원대)과 감정 표현과 반려 기능을 강조한 ‘로펫 프로’(약 60만원대), 10만~20만원대 AI 반려 로봇 ‘에일릭·에일리코’ 시리즈까지 가격대별 라인업이 촘촘하게 구성돼 있는 데다 대형 가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결제까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소비를 이끈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구경하던 주부 이모씨(38)는 “TV에서나 보던 이족보행 로봇을 마트 매대에서 직접 보니 너무 신기하다”며 “가격이 너무 비싸 당장 사기는 어렵겠지만, 아이 교육용이나 반려용으로 작은 로봇은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로봇과 사람이 바둑 대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백아란 기자)
로봇 팔로 바둑판에 돌을 놓는 ‘센스로봇 GO’가 대국을 시작하자 주위로 관람객들이 몰려 훈수를 뒀고, 시니어 돌봄 로봇 ‘다솜’을 보고는 ‘할머니 집에 하나 사드리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휴머노이드의 경우 아직 판매가 없지만 4족 보행 로봇은 1대 판매를 했고, 바둑 로봇은 2대가 판매됐다”며 “판매 추이를 보고 타 점포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현장에서 로봇 구매 문턱이 낮아지면서, 로봇은 ‘신기한 구경거리’에서 ‘집에 한 대쯤 들여놓는 가전’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등포 이마트 타임스퀘어 매장에 전시된 로봇을 체험하는 모습들. (사진=백아란기자)
하지만 영등포 로봇 매대의 국적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현실이 드러납니다. 현재 감성 로봇 리쿠와 다솜 등 일부를 제외하면 90% 이상이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구성된 까닭입니다. 휴머노이드 G1과 4족 보행 로봇 Go2 역시 중국 유니트리 제품으로, 중국 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 출하된 약 1만3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87%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0년 CES에서 가정용 AI 로봇 ‘볼리(Ballie)’를 공개했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고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LG CLOiD)’를 내놨지만 실증 작업을 거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대차그룹도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인수와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을 통해 공장·물류·서비스 분야 적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활 속에 밀접하게 스며들지 못한 상태입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산업분석팀장은 “중국은 AI 기반 제조,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서 빠른 실증과 산업 확산을 통해 기술과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한국은 초격차 기술 확보와 함께 중국의 산업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제조 경쟁력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산업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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