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부르는 게 값"…‘임대인 우위’ 굳어진다
전세 매물 급감에 월세 급등…임차인 협상력 약화 뚜렷
‘버티기 갱신’ 늘고 임차인 선별까지…임대차 판도 변화
2025-12-22 15:26:41 2025-12-22 17:02:15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전세 매물이 나오면 하루이틀을 못 넘기고 바로 계약이 이뤄집니다. 세입자들이 가격을 따질 여유가 없다 보니 월세로 돌아서거나, 조건이 조금만 좋아도 바로 계약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임대차 시장이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자 전세 가격이 오르고, 이는 곧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임차인들이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자체가 까다로워졌습니다. 가뜩이나 주거비 부담이 커진 상황 속에 임차인을 선별하는 서비스까지 예고되자 임대차 시장에서 임대인의 입지는 크게 좁아지는 모습입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월간 동향 기준 누적 3.29% 상승했습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이 2.86%로 역대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11월에 이미 이를 넘어섰습니다.
 
월세 상승폭은 하반기로 갈수록 커졌습니다. 올해 초(1~4월)까지만 해도 월간 상승률은 0.1% 안팎에 그쳤지만, 10·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10월과 11월에는 각각 0.64%, 0.63%를 기록하며 상승률이 0.6%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규제 강화 이후 전세 매물이 급감한 영향이 월세 시장으로 옮겨 간 결과로 풀이됩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송정은 기자)
 
입지에 따른 격차도 뚜렷합니다. 송파구의 올해 누적 월세 상승률은 7.54%로 가장 높았고, 용산구(6.35%), 강동구(5.22%), 영등포구(5.09%) 등 주요 선호 지역이 뒤를 이었습니다.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월세 150만원을 넘기면 망설이는 수요가 많았는데, 요즘은 180만~200만원대 월세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전세를 찾다 포기하고 월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중랑구, 강북구, 금천구, 도봉구 등 일부 외곽 지역은 1%대 상승에 그쳤습니다. 매매가격 흐름이 전월세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니다. 
 
‘임차인 고르는 집주인’…임대인 중심 시장 고착화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전월세 시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임차인 동의 하에 최근 3년간 임차료와 공과금 체납 이력, 계약 갱신 여부, 이전 임대인의 추천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입니다. 전월세 계약 과정에서 임차인을 보다 깐깐하게 선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입니다.
 
서울 은평구의 빌라 밀집 지역.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임대인 중심의 시장 재편이 고착화될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전세 가격 상승이 매매 수요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 외곽 이동이나 월세 전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도권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데, 입주 물량이 늘지 않는 한 이러한 흐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 비중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임대 물량 감소가 누적되며 형성된 구조적 변화”라며 “전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계속 이뤄지는 만큼, 당분간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의 협상력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