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태국 기반의 피싱 조직 '룽거컴퍼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기간, 피해자들을 다시 노린 이른바 '2차 사기' 시도가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액 환급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뒤 추가 입금을 유도하거나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법도 악랄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1일 범죄단체 가입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팀장 역할을 맡은 A씨에게는 징역 14년과 추징금이 선고됐고,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징역 6년에서 11년의 실형이 내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태국 경찰과 공조해 사기조직 '룽거컴퍼니'의 총책 A씨 등 9명을 2차 검거해 호송차에 태운 모습. (사진=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사건 내용 알고 접근"…피해자 노린 정교한 재접촉
그러나 경찰의 사건 수사와 법원이 재판이 이어지던 기간 일부 피해자들에겐 "피해금을 돌려주겠다"라는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결제 대행업체 관계자나 사건 해결을 돕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뒤, 코인 정산 절차가 필요하다며 입금을 요구한 겁니다. 해외로 유출된 자금(피해액)을 환급하기 위해서는 코인이 필요한데, 그 코인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입금해 달라는 식으로 사기를 치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대화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라 공유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미 사건 내용을 알고 있는 듯 접근했다"고 했습니다. 룽거컴퍼니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룽거컴퍼니 피해자들이 온라인 채팅방에서 결제대행업체 관계자를 사칭한 피의자로부터 '2차사기' 피해를 입은 정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일부 피해자들은 연락이 온 자로부터 사적인 만남을 요구받거나 외모를 언급하는 등 성희롱성 메시지도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 김모씨는 "피해액 환급을 도와주겠다는 말로 접근해 대화를 이어가더니 성적인 만남을 요구했다"며 "금전 피해도 모자라 그런 메시지까지 받으니 정말 모욕적이었고,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을 또 노린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런 2차 피해가 특정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조직적 범행의 연장선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연락은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이뤄졌고, 대화가 진행되다가 대화방이 삭제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계정 폐기·해외 서버…추적 어려운 해외 메신저 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사기 의혹이 짙지만, 수사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를 기반을 한 해외 범죄는 계정이 반복적으로 폐기되고 해외 서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피해 사실이 있어도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실제로 수사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형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조직 일부가 검거되더라도 남은 조직원들이 기존 개인정보를 활용해 2차 범행을 시도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유기환 법률사무소 뉴스 대표변호사는 "대형 보이스피싱 조직은 일부가 검거되더라도 이름과 형태만 바꿔 다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를 환급해 주겠다'라며 다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대형 피싱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차단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유기환 변호사는 "현재 제도상 일반 피해자가 공식 통보와 사기 연락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최근 판결에서는 말단 조직원에게도 일정 부분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피해 회복을 위해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끝까지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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