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게임업계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이사가 지난 1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는 비보가 전해지면서 그가 생전 했던 말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평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사업에 있어서는 거침없고 도전적인 말로 국내 게임업계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주요 발언들을 일부 정리해봤다.
"늘 두려워요. 그런데 제가 깡통 차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아요. 원래 맨몸으로 태어났는데 돌아간다 해도 뭐 어때요. 회사 인수 합병이라는 게 물건 사는 거랑 다르잖아요."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2015년 12월 출판한 ‘플레이’ 내용 중 일부)
2009년 단행했던 네오플 인수는 김 이사가 추진한 대표적인 인수합병 작품으로 꼽힌다. 넥슨의 대표 IP(지식재산권)으로 자리잡은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인수와 관련, '큰 거래를 한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는 위와 같이 답했다. 아울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함께 남겼다. "늘 새로울 순 없는 것 같다. 새로운 트렌드도 찾아내야 하지만 조직 안에서 누군가는 망할 줄 알면서도 그걸 또 해야한다. 지금의 트렌드를 인식하고 실패를 배워야 진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김정주 NXC 이사. (사진=NXC)
"정말 회사가 변하려고 한다면, 지금보다 매출이 한 10분의1, 100분의1 정도가 돼야 하지 않겠어요?"
그의 과감한 추진력은 늘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는데, 회사 내에서도 이러한 사업 방향을 드러내는 일화가 전해진다. 지난 2018년 넥슨코리아를 이끄는 이정헌 대표는 신임 경영진 미디어토크에서 김 이사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농담처럼 던진 고인의 말이 자극제가 됐다고 회고했다. 당시 회사 비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김정주 이사는 이 대표에게 위와 같이 발언했는데, 이 대표는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며 ‘임기 내 권한이 주어졌고 그 안에서 너의 생각과 너의 철학 펼쳐보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함께할 만한 사람으로 좋은 사람과 유능한 사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좋은 사람을 선택하겠다."
지난 2011년 11월 한국과학기술 강연장에 모습을 드러낼 당시 고인이 남긴 말이다. 생전 고인은 넥슨이 현재 국내 대표 게임사로 자리잡게 된 비결도 본인의 공이라기보단 '좋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가로서 목표와 동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그냥 일하는 게 좋은 사람이다"라며 "직원들 더 뽑고, 월급을 더 주고 그러는 게 나의 보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9월 NXC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것도 사람을 중시하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그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면서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반성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와 비교해 예전보다 더 큰 격차가 벌어져 있다."
2015년 8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성공한 벤처 1세대로서 앞으로 게임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해외와 비교해 격차가 많이 벌어져있는데 이는 편중된 구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가 씨앗을 뿌리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토양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절대적 창업자 수는 늘었을지 몰라도 창업 아이템이 게임에 몰려 있는 등 편향돼 있는 데다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도전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IT인재들이) 게임업계에만 편중된다. 게임보다 더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 이사는 지난 2013년 게임업계 최대 이슈였던 게임중독법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이 같은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게임 이외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모았다. '셧다운제' 입법 이후 진행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선 "게임을 늦게까지 하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다양한 사회 활동을 즐겼으면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넥슨은 아직 멀었다. 누군가는 넥슨을 죽도록 미워한다. 디즈니의 10분의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그의 생전 자서전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생전 넥슨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왔다. 지난 2019년 넥슨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도 디즈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향후에 그의 후배들이 그의 뜻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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