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입지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른바 '경유 딜'을 성사시키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 반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교체론'으로 맞받았습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도 급랭했습니다.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에 이어 대러 제재를 둘러싼 공방까지 겹치자 한국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전격 소환했습니다. 미국과의 충돌이 격화하는 와중에 한국과도 외교 갈등이 불거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P)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맞을 때가 됐다"고 말하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여러 번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직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밝혔습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악마와 거래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존 케네디 상원의원도 공개 반대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즉각 반박했습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갈등에 불을 붙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경유 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 30만톤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추가 물량을 포함해 총 480만톤을 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산 경유 수입 금지 조치도 부분 해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로 규정하며 전쟁 장기화를 촉진하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제재 완화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자금을 늘릴 수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민주·공화 양당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경유 수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심 정보 공유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하자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고 반발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비밀 유지 합의 자체가 없었다며 맞섰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한국산 석유제품이 러시아에 대거 공급됐다고 주장하자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고 부적절하다"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결국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한국이 외교 갈등을 이유로 현직 대사를 소환한 것은 2008년 이후 18년 만입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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