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비 방위비 조기 협상…실현 가능성은?
'단기간 내 협상'·'공화당 반발' 걸림돌…데드라인 설정하면 오히려 협상서 불리
2024-02-21 15:19:01 2024-02-21 21:02:1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리 정부가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조기에 착수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시절 방위비 5배 인상을 요구하고 최근 대선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을 대상으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대로 미국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트럼프 '대책반' 발족…방위비분담특별협정 조기 체결 목표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우리 정부는 트럼프 재집권을 대비한 대책반을 발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제11차 한미 SMA는 내년 말 만료된다"며 "정부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다음 협상을 준비하면서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부터 약 일주일간 바이든정부의 방위비 협상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한 목적은 11차 SMA 이행 논의지만, 2026년부터 적용되는 12차 SMA 협상을 조기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2021년 3월 타결한 11차 SMA 유효기간은 2020~2025년(협상 타결 전인 2020년은 2019년 수준 동결)으로 총 6년입니다. 통상적으로 협정 종료를 1년 정도 앞두고 본격적인 차기 협상에 들어가는데, 이번 12차 SMA는 이례적으로 2년 앞서 협상 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5년 전 협상 때 한국에 기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5조원)를 요구하고, 최근 대선 국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을 넣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조치입니다. 결국 우리 정부는 동맹 존중 기조가 명확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12차 SMA를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입니다.
 
최종건(오른쪽) 외교부 제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지난 2021년 4월 8일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정식 서명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한국 무임승차' 공격 소재 삼을 수도"
 
문제는 미국 대선이 8개월 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난 2021년 3월 10일 외교부가 발표한 '제11차 SMA 최종 타결' 자료에 따르면 한미는 트럼프 행정부와 7차례, 바이든 행정부와 2차례 공식 회의를 개최에 최종 타결을 이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2019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18개월이라는 시간에 걸친 결과물입니다. 
 
미국 대선 전에 협상을 타결한다 해도 미국 의회에서 비준이 통과될지 불투명합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협상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미국 의회 비준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도 높고,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도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2차 SMA가 미국 대선을 관통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요구가 나토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11차 SMA에는 트럼프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12차 SMA 협상에 조금이라도 삐걱거릴 경우 트럼프가 대선 국면에서 '바이든이 한국에 공짜 안보를 제공한다'며 대선 국면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국과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더라도 방위비 분담금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11차 SMA 당시 이미 시기가 지난 2020년 방위비는 동결했지만,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됐습니다. 우리 국방비는 매해 평균 6.1% 정도 인상되는데, 국방비 증가율에 방위비 분담금을 비례해 연동시킨 것은 트럼프의 구상대로 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처럼 방위비가 5배 이상 증액된 것은 아니지만,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액된 겁니다. 12차 SMA가 11차 SMA 협상을 기준으로 할 때 향후 방위비 인상폭도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오는 11월 타결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했을 때, 자칫 미국의 요구대로 협상이 흘러갈 우려도 있습니다.
 
"방위비 인상 대신 전략자산 역제안도 가능"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4월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 문재인의 5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방위비 문제가 해결 안 된다고 무역 보복을 한다든가, 다른 문제의 교섭을 어렵게 한다든가 이런 거 전혀 없이, 사안별로 분명하게 구분하는 그런 점이 상당히 괜찮았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 외의 사안을 SMA에 연계 시키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관련해 방위비 인상은 이미 예고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전략 자산을 요구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방위비를 조금 인상하면서 역으로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등의 전략자산을 끌어오는 방식의 거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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