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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미분양, 위험선 기준은
전국 미분양 물량 6만8000여가구…전년비 4배 증가
2008년 미분양 매입했던 LH·HUG 등판 여부 '주목'
대구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보류…자구책 마련 앞장
2023-02-01 06:00:00 2023-02-01 06:00:00
서울 강북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현진·김성은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취약계층을 위한 전세 매입임대 사업의 일환으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LH가 급증하는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바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매입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3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주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19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810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는데요. 1년 전 물량(1만7710가구)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연도별 미분양 현황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단기간 급증한 점도 문제지만 미분양 물량 자체가 위험 수준인 6만여가구를 넘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포럼에서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08년 미분양 16만가구 돌파…팔 걷어붙인 공기업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한 미분양 매입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공기업의 미분양 매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행된 적 있습니다.
 
2008년 전국 미분양은 16만5599가구로,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보였습니다. △2009년 12만3297가구 △2010년 8만8706가구 △2011년 6만9807가구 등 감소하며 2014년 4만379가구까지 줄었습니다.
 
2015년부터 4년간 5~6만가구 수준을 유지하다 2019년 4만7797가구로 떨어진 뒤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맞으며 미분양은 빠르게 해소됐습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했던 2008년에 공기업이 나서 주택을 사들였는데요. LH(2009년 출범)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는 임대주택 활용을 목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수차례 매입했습니다. 당해 연도에만 5000가구 매입을 목표로 잡기도 했습니다.
 
대한주택보증(현 HUG, 2015년 출범)의 경우 환매조건부 매입 방식을 취했습니다. 분양보증 사업장의 미분양 주택을 감정평가 금액 이내의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후 사업자가 원하면 매입가격에 자금조달 비용 등을 더한 가격으로 다시 되팔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매입 한도는 신청인별 2000억원, 총 5조원 규모로 설정돼 있습니다.
 
이는 2008년 정부의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8.21대책)에 따른 조치인데요. HUG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환매조건부 매입을 실시했으며, 2009년에는 1만22가구, 1조6043억원치를 샀습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유사한 성격의 '후분양대출보증'이 출시됨에 따라 환매조건부 매입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현재 미분양 매입과 관련해 국토부의 지침은 없다는 게 LH와 HUG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미분양 급증 지역 자구책 마련 노력
 
지난해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자구노력을 실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지역의 미분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했습니다.
 
대구시는 전국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힙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1만170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지역 내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1만3445가구에 이르고 올해 입주 예정물량도 3만6000여가구로 예측된 데 따른 것입니다.
 
대구시는 주택청약 신청 시 대구시 6개월 이상 거주자로 제한했던 청약 신청 자격을 폐지하고 수차례에 걸친 주택 건설 사업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현재 주택시장 여건에 맞는 수주관리, 분양시기 조절, 후분양 검토 등 자구책을 마련을 독려한다는 방침입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전문가 의견 분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의 매입임대주택에 관련해 전문가 의견도 분분합니다. 미분양 주택 해결을 위해 국민 세금을 사용하기보단 수요자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양질의 입지에 임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매입임대주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미분양이 났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인데 약간 할인한 금액으로 공기업이 사주는 것은 건설사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미분양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보단 매수자들이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습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장에서 양질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며 "입지가 좋은 공공임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매입임대밖에 없으며 공급 기간도 짧아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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