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서울대작전’,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 폭탄 터트린다
1980년대 오락실 인기 게임 ‘아웃런’ 비주얼 끌어온 듯한 영화적 미장센
‘올드카’ 체이싱+올드 소품+올드 히트곡+케이퍼 설정+엔터테이닝 재미
2022-08-26 01:00:01 2022-08-26 09:51:4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확하게 그 시절 그 순간 설렘이었다. 떠올려보면 8~9세쯤이다. 당시 동네에 무조건 하나씩 있던 오락실. 게임이 아닌 오락이라 불리던 1980년 대. 한 판에 50원이던 그 시절 오락실 한 쪽 구석을 차지한 거대한 오락기. 흡사 실제 자동차 운전석을 고스란히 뜯어와 설치한 듯한 비주얼. 핸들과 변속기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 의자에는 안전벨트까지 있다. 이 오락, 실제 운전 메커니즘과 거의 흡사해 동네 꼬마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무엇보다 이 오락, 한 판에 100원이나 했다. 그래서 동네 대학생 형들, 혹은 아저씨들의 실력 뽐내기로 종종 활용됐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괜시리 멋있고 닮고 싶고 해보고 싶고 따라하고 싶었다. 이 오락, 지금 검색해 보니 일본의 게임사 SEGA아웃런이다. 정말 딱 그때 그 느낌 그대로였다.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 이 오락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구현한 듯한 아우라. 그 시절,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고 멋들어지게 변속기를 조작하며 한 손으로 핸들을 휘어 잡고 출발 신호와 함께 엑셀레이터를 밟는 그 맛’. ‘서울대작전이 그걸 고스란히 재현한다. 7080세대에겐 그 시절 추억이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살아난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로 넘어온 세대에겐 레트로를 넘어 힙트로의 시절을 증명 시킨다. ‘지금의 멋? 그건 멋도 아니다라고.
 
 
 
영화는 서울올림픽 개최 준비로 한창인 그 시절이 배경. 1988, 서슬 퍼런 군사 정권이 여전히 집권하던 시절. 명과 암이 여전히 공존하던 시절. 그리고 모두가 꿈을 꿀 수 있던 시절.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동욱(유아인)과 준기(옹성우). 두 사람은 중동 건설 붐이 한 창이던 그 당시 사우디에서 불법 무기 밀매 운반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다. 이유는 딱 하나, 당시 세계 최고 드라이버들이 모인다는 미국의 데이토나 자동차 경주 대회 참가 때문. 동욱은 자신을 따르는 패밀리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멋들어지고 최고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던 검찰청 안 검사(오정세)에 의해 반 협박 반 포섭을 당한다. 사우디에서 벌인 불법 행위를 눈 감아 주는 대가로 더 큰 사건에 위장 투입되는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제안 받는다. 동욱은 자신과 패밀리들의 소소한 전과 삭제부터 미국 비자 발급까지 안 검사로부터 약속 받는다. 원하는 것이 있는 안 검사와 또한 원하는 것이 있는 동욱 패밀리. 그들이 함께 노리는 타깃은 전 정권의 거대한 비자금. 즉 전직 대통령의 막대한 비자금을 관리하는 거물 실제 강회장(문소리)이었다. 안 검사는 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강 회장을 털어 장부를 확보,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이 나라의 썩은 권력층을 도려내려 한다.
 
'서울대작전'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제 동욱을 중심으로 한 상계동 슈프림팀. 일명 빵구팸들은 각자의 미션과 특기를 살려 강회장 라인 운반책 발탁 미션에 도전한다. 운전은 당연히 리더 동욱’, 준기는 정비사, 복남(이규형)은 인간 네비게이션, 동욱의 친동생 윤희(박주현)는 바이크를 활용한 기동성, 마지막으로 우삼(고경표)은 신학과 출신 DJ답지 않은 미남계를 활용한 첩보와 함께 당시 히트곡 메들리 카세트 테이프 제조. 이들은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불가능할 것 같은 강회장의 미션을 통과한다. 이제 눈 앞에 나타난 전직 대통령의 막대한 비자금. 그리고 이 비자금을 두고 벌어지는 전직 권력 세력의 보이지 않는 암투. 그 과정 속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동욱의 빵구팸멤버들. 당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동욱을 리더로 한 빵구팸은 제대로 뒤통수를 칠 계획을 세운다. 이건 진짜 제대로 완벽한 게임이다. D-데이는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일. 동욱과 빵구팸 멤버들은 상상을 넘어선 기상천외한 비자금 수송작전을 펼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한 방식으로.
 
'서울대작전' 스틸. 사진=넷플릭스
 
서울대작전’, 주요 동력은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송. 당시 시대적 배경이라면 전직 대통령그 사람’. 비자금 관리인 강회장은 그 시절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큰 손이라 불리던 여인이 모티브. 물론 그 사람은 뒷머리만, ‘큰 손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만 그런가싶은 비주얼로 등장한다. 이런 방식은 실존 인물의 희화화를 통한 서울대작전만의 엔터테이닝의 한 방식으로 그려진다. 특별하게 주목 하진 않지만 특별할 듯하게 그려진 모호한 경계선이 서울대작전의 보이지 않는 동력으로서 힘을 발휘한다. 영화적 상상력의 추력(推力)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서울대작전' 스틸. 사진=넷플릭스
 
영화적 상상력의 추력이 여기라면 영화 자체의 메인 엔터테이닝 담당 에너지는 자동차. 멋들어진 슈퍼카 그리고 슈퍼카를 넘어선 하이퍼카의 향연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할리우드의 카체이싱 블록버스터가 일반화된 시대에 서울대작전은 완벽한 차별화를 선언한다. 1980년대 도로를 누비던 국산차의 물결. 브리샤부터 포니 그리고 그랜저 등. 기억 속 올드카 퍼레이드가 쏟아진다. 특히 영화 마지막 하이라이트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서울올림픽 에디션 포니 튜닝카는 상당한 다이나믹함을 잡아내는 데 큰 몫을 한다. 이들 차량이 1988년 서울 도심을 휘 집고 돌아다니는 장면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눈을 의심케 한다. 화려함 보단 정교함 그리고 정교함 보단 아기자기함이 살아 숨쉬는 서울대작전카체이싱 묘미는 그 자체로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눈을 반짝이고 보던 자동차 오락 아웃런묘미 그 자체다. 모니터로 보는 동안 손과 발을 움찔 거리며 따라가는 맛이 정말 제대로다.
 
'서울대작전' 스틸. 사진=넷플릭스
 
1980년대 복고 문화를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여러 미장센과 소품들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서울대작전맛이다. 1970년대 중 후반 세대에겐 하늘엔 에어울프, 땅엔 키트를 외치던 시절이다. 그 가운데 키트가 주인공인 전격Z작전이 소품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멀티플렉스가 극장 표준이 된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단관 상영관 시절. 극중 잠시 등장하는 단관 시절 대한극장의 위용이 신기하다.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1호점으로 불리는 맥도날드버거가 빵구팸 멤버들의 최애음식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지금은 사라진 카세트 테이프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들을 수 있는 휴대용 플레이어 마이마이를 허리춤에 찬 모습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 시절 스포츠 브랜드 의류의 스러움은 너무도 멋져 부러울 정도다. 영화 마지막 하이라이트 추격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리고 코리아나의 ‘The Victory’가 기가 막힐 정도로 절묘하게 화면과 매치되는 것도 신기하다. 이상은의 담다디가 빵구팸 멤버들의 각성을 주도하는 장면에 사용된 것도 이채롭다. 그룹 위너의 송민호, 정웅인, 윤경호, 이세영 등 깜짝 놀랄 멤버들의 숨은 출연을 찾아보는 맛도 재미다.
 
'서울대작전' 스틸. 사진=넷플릭스
 
1988년 서울올림픽 슬로건은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였다. 그리고 34년이 흘렀다. 당시 슬로건,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반대다. ‘세계는 서울로, 무조건 서울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온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 글로벌 흥행이 연이어 쏟아진 지 오래다. 이제 또 다시 뭔가 터질 때가 됐다.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 폭탄에 불이 붙었다. 흥행 폭탄 이름은 ‘서울대작전이다. 26일 넷플릭스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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