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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효

결국 또 후진국형 인재…안전에는 타협이 없다

2022-03-14 15:40

조회수 :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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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현장서 외벽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결국 또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명백한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확인됐다.
 
지난 1월 11일 16개층 이상의 외벽이 파손·붕괴돼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은 무단 구조변경으로 결론났다. 아울러 콘크리트의 강도가 부족하고 공사 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광주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9층 바닥 시공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변경하고, PIT층(옥상층과 38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하면서 PIT층 바닥 슬래브 작용 하중이 설계보다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됐다.
 
PIT층 하부 가설지지대(동바리)는 조기 철거해 PIT층 바닥 슬래브가 하중을 단독 지지하도록 만들어 1차 붕괴를 유발했고, 이로 인해 건물 하부 방향으로 연속 붕괴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의 강도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17개 시험체 중 15개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했다. 콘크리트 강조 부족이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붕괴 등 건축물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공사 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 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것이 사조위의 진단이다. 
 
아직도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을 무시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기간이 길어지게 때문에 알고서도 안전을 중요시하지 않고 오로지 돈을 따르고 있다는 것.
 
이번 참사도 후진국형 건설사고다.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해도 현장에서 서로 서로 암묵적으로 묵인된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면 처벌 강화와 함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 인력들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도 사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제도이행 강화 △현감리제도 개선 △자재·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제도 개선 등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도 규제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기 단축, 불법 재하도급 등은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사고는 하청업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최저가 경쟁입찰을 붙이니 안전은 고사하고 날림 공사를 하게 되는 구조"라면서 "공공기관부터 최저가 입찰 방식을 바꾸고, 안전 비용을 별도로 책정해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여주기식에 치중한 안전관리 행태도 비판 대상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은 정교한 제도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행정기관의 지도·감독과 기업들의 안전관리 역량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라며 "처벌에 급급한 제도로 정부는 안전 여건을 조성할 시간은 주지 않고 회초리만 휘두르고 있으니 기업들도 면피용 방법만 시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과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쉽게 발견하기도 고치기도 어렵다. 인재의 원인과 방지대책은 분명하다. 돈 보다 사람, 안전을 우선으로 하면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 공사 현장 전반을 꼼꼼히 되짚어야 한다.근본적인 체질 변화 없는 땜질식 처방으론 또 다시 사고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과 강력한 처벌이 없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건축물과 관련된 안전불감증은 수많은 인명 피해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획기적인 새로운 대책보다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안전'을 다시 한번 재무장할 때다. 업계도 공기를 단축하기 위한 업계의 ‘속전속결' 문화를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다.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킬 때만 귀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두번 다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후진국형 인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생명과 안전에는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상효 산업2부장 p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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