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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훈 중위 유족, '순직 처리 지연' 손배소송서 최종 패소

대법 "행정청 악의적 동기·의도 인정 어려워"…원심 확정

2021-02-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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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의 유족이 순직 처리가 지연됐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김 중위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행정청의 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해 상당한 기간 처분 여부 결정이 지체됐다고 해서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육군본부 전사망심의위원회가 2010년 11월23일 김 중위의 사망 구분을 기존의 '자살'에서 '순직'으로 변경해 달라는 유족의 재심의 요청을 기각한 것은 사망 당시는 물론이고 재심 신청 기각 당시 시행되던 관련 법령상 자살을 포함해 진상규명 불능의 사망에 있어서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 권고에도 육군참모총장이나 국방부 장관이 약 5년간 순직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국방부 훈령의 미비점이 보완·개정될 때까지 순직 심사를 보류해 달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결국 김 중위의 사망 구분을 심사했던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진상규명 불능의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직접적인 근거조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뚜렷한 선례나 법령해석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의정활동 보고서, 초동수사 소홀로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게 됐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순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순직 처리를 지연할 만한 행정청의 악의적인 동기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중위는 지난 1998년 2월24일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육군본부는 그해 6월8일 김 중위의 사망을 자살로 기록했고, 육군본부의 1차~3차 수사 결과에서도 자살로 발표됐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회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이듬해 5월31일 '타살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정활동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 중위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사건 진상의 은폐·조작 등 불법 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3차 수사 중 1차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돼 위자료 1200만원을 선고한 판결이 2006년 12월7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0월21일 김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했다. 이에 유족은 2010년 8월 육군본부에 사망 구분을 재심의해 순직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육군본부 전사망심의위원회는 재심의 결과 그해 11월23일 기각 결정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8월6일 육군참모총장에 대하여 '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과실 등으로 인해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게 된 김 중위의 순직 여부에 대해 재심의해 순직으로 인정할 것을 시정 권고한다'고 의결했다. 권익위원회 권고 5년 후인 2017년 8월31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김 중위에 대해 순직 결정을 했다.
 
유족은 김 중위 사망에 대한 국가의 순직 처리 거부 또는 지연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서 국가배상법 2조 국가배상 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익위원회의 시정 권고 이후 약 5년간 순직 처리가 지연된 것은 명확하지 않은 근거 법령과 권익위원회의 보류 요청에서 비롯된 것으로 행정청의 악의적인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판결했다.
 
고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 육군 중장이 지난해 8월2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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