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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통합당 당무감사, '극우와 결별' 시험대
2020-08-28 06:00:00 2020-08-28 06:00:00
박주용 정치팀 기자
'태극기 부대' 등 이른바 장외 극우 세력과 선긋기를 하려는 미래통합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8·15 광화문 집회를 연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며 중도층에서 이들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통합당 지도부 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보면 이번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보인다. 김 위원장은 26일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광화문 집회에 나갔던 당 소속 인사들에 대해 "무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25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위 극우라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내부에선 지금이 극우 세력과 제대로 절연할 정치적 기회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참에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 지지율·득표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하태경 의원이다. 하 의원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더더욱 강력하게 당 내부에서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얘기해야 한다"며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는 다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 위한 분위기는 조성됐다. 단순히 이들의 발언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김종인 체제'에서 통합당이 기본소득 도입 등을 정강·정책에 명시하고, '박근혜 사면론'에 거리를 두는 등 변신을 시도하는 건 그만큼 이전과는 달라지겠다는 변화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김종인 위원장의 '광주 무릎 사과'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통합당의 이 정도 노력만으로는 통합당과 극우세력의 공생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국민은 많지 않다. 당장 당내 반발 움직임에 지도부가 단호히 대응할 수 있을지, 선거에서 승리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일말의 불안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통합당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극우 세력과의 결별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당무감사는 통합당이 극우와 결별했다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통상 당무감사는 기존 당협위원장 등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주로 실시된다. 당 지도부에서 당무감사를 계기로 극우 색채가 짙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얼마나 교체할 지 여부가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 정치팀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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