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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격화…한국타이어, 짙어진 '먹구름'
'코로나 비상경영' 상황 속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참전
2020-08-27 06:04:44 2020-08-27 06:04:44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가운데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반발하면서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타이어 업황 악화로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 경영권 다툼이 겹치면서 그룹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전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최근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 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했다. 조 부회장이 누나인 조 이사장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면서 조현식-조현범 형제 간 경영권 갈등이 표면화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형제 간 지분경쟁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회장은 그해 3월 부사장에 신규선임되면서 그룹 주식 5.87%를 취득했다. 하지만 2009년 4월 동생인 조 사장은 7.10%로 조 부회장(5.79%)보다 앞서 나갔다. 2013년 7월 조 부회장은 19.32%, 조 사장은 19.31%로 거의 동일한 지분을 보유했고 이 구도는 올해 6월 말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조 회장은 지난 6월30일 자신의 지분(23.59%) 전부를 차남에게 블록딜로 넘기면서 조 사장은 42.90%로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조 부회장(19.32%), 조 이사장(0.83%)에 조 회장의 차녀 조희원씨(10.82%) 지분을 합쳐도 30.97%에 불과하다. 조 부회장이 국민연금(6.2%)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37% 수준이어서 조 사장과의 지분 싸움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조 부회장 측은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는 전략을 취했다. 성년후견 제도는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정하는 것으로 조 회장의 그룹 지분 매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조 사장이 지난 4월17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면서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조현범 사장이 4월17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 회장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조 사장에게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면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했다”면서 “가족 간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어지는 여러가지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조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이 증폭되면서 그룹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영업이익은 2018년 2115억원에서 2019년 1709억원으로 19.2% 감소했으며, 올해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1300억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도 2017년 79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8년 7027억원, 2019년 544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고 올해는 4000억원대로 예상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전 계열사 임원 100여명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급여의 20%를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 현상으로 확대되면서 특히 신차용 타이어(OE)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면서 “타이어 업계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단시간 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제 활동 타격과 완성차 생산 차질로 특히 유럽, 미국 시장에서 큰 폭의 판매 감소가 있었다”면서 “하반기 중국을 제외한 OE 판매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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