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정부와 여당이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행정수도 이전안'을 꺼내들면서 관련 논의가 불붙고 있다. 문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16년 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개헌을 하거나 헌재 결정이 번복돼야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보고 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여당에서는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관련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면 위헌 판결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을 시작으로, 여당에서는 의원 17명으로 구성된 추진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돌입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개헌이나 헌재 결정 번복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사진은 지난 6월 헌재에서 열린 공개변론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헌재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는 2004년 10월 당시 노무현 정부가 충남 연기·공주 지역으로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 입법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조선왕조 이래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습헌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습헌법 사항은 하위 규범 형식인 법률에 의하여 개정될 수 없다"며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 개정의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헌법 전문가들은 관습헌법을 넘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헌법 개정이라고 말한다. 국회에서 본격 논의는 안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조항을 헌법에 넣고 법률을 제정하면 된다. 다만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미래통합당을 포함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국회에서 의결을 한다 해도 국민투표를 통해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헌재의 결정 변경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 다음, 누군가 위헌심판제청을 해 다시 헌재의 판단을 묻는 방식이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지 16년이 지난만큼 헌재 결정 번복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관측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법무법인 제민 대표변호사는 "개헌을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측면이 있다"면서 "수도 이전 특별법을 제정하면 다시 위헌제청이 이어질 것이고 헌재에서 결정을 변경하면 이전의 관습헌법은 효력이 없어지므로 개헌 없이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헌재도 결정을 번복하는 데는 근거가 필요하다. 당시 다수 의견은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요건으로 △반복성 △계속성 △항상성 △명료성 △국민적 합의를 들었다. 이 중 하나가 깨지면 헌재가 결정을 번복할 수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한번 결정한 것을 바로 바꾸기에는 법적 안정성이 걸린다. 간통죄에 대한 판단도 한 번에 번복된 게 아니라 62년 만에 5차례 판단을 거쳐서 바뀐 것"이라면서 "관습헌법 요건 중 하나가 바뀌어야 하는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여론조사 이상의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데 힘을 싣고 있다. 헌법 제72조에는 대통령이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 교수는 "수도 이전은 국방에 중요한 정책이므로 국민투표 대상이 된다"면서 "국민투표로 국민들의 확실한 동의를 얻는다면 헌재가 번복 결정을 하는 상황이 와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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