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사법 불신이 뿌리…"사법부 독립성 해칠라" 우려도
고발인 대부분이 시민단체
구속기준 논란은 진영 초월
"판사 재량 견제 대책 필요"
2020-07-27 06:00:00 2020-07-31 16:27:34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영장판사 고발은 구속영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발인은 대부분 특정 성향을 띈 시민단체들이지만 구속 기준에 대한 논란은 온·오프라인에서 지속 확산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가 '살아있는 권력'이거나 그가 연루된 사건이 '정치적인 사건'인 경우 반향은 더욱 거세진다. 
 
'판사 재량' 제한 없어 문제
 
형사소송법 제70조는 △범죄의 소명 정도 △주거 불명 △증거 인멸 염려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을 구속 이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의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보니 판사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영장판사의 판단에 법리가 아닌 개인의 생각이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관 고발을 이어가고 있는 법치주의바로세우기연대(법세련) 이종배 대표는 "최근에 정치적인 고려를 통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여겨지는 결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제 악용, 전관 선임
 
피의자들도 판사의 재량을 고려해 영장심사 단계부터 전관 변호사를 앞세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소환조사와 영장심사를 거치면서 10명 이상의 검찰과 법원 고위직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들은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해 결국 '수사중단·불기소 결정'을 얻어냈다.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 여론은 사법농단 이후 고조됐다는 분석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변호사는 "예전에는 법원은 외부 비판으로부터 독립돼 판결하고 여론은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권 교체 과정에서 사법부가 정권과 교감이 있었다는 데서 불신이 시작됐고 이번 정권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에 관대하다'는 비판이 쌓였다. 사법부가 이런 평가를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영장판사가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구속 사유를 드는데 우리는 신뢰성 있는 판사를 원한다"면서 "사법부 스스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판사 고발, 정치적 의도"  
 
법조계는 판사 개인을 공격하고 고발까지 하는 사태는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영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권 독립은 법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이 모두 필요한데, 영장판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형사고발하는 것은 법관의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일"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고 발부가 잘못됐다고 한다면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거나 보석청구를 해서 바로 잡을 수 있다"면서 "영장판사에 대한 형사고발을 언론에 공개하면서까지 한다는 점 역시 정치적인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영장심사제도 개선 시급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과 검찰이 개선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영장 항고제'다. 일반 재판이 3심제로 이뤄진 것처럼 영장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나 피의자가 상급법원에 다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에서는 1심 법원의 구속영장 결정에 대해 상급 법원에 불복할 수 있는 영장 항고 제도를 두고 있어 마찰을 제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다만 "구속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신속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법원 반대에 막혀있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도 개선책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석과 같이 보증금, 주거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신병을 석방하거나 구속을 한 후에도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나면 조건부 보석을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검찰이 "돈만 내면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영장 업무를 맡았던 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면 구속기간을 2, 3일에서 일주일 정도로 최소화 해놓고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풀어주는 방법이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보석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영장판사의 부담을 줄이고 피고인 방어권도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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