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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제도 문제없나)①검찰개혁 하랬더니 '권력층 싸움판'만 키워
'국민신뢰 회복'이 제도 목적인데, '법집행 회피' 꼼수로 악용
2020-07-20 06:00:00 2020-07-20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최기철 기자]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권력층간 알력다툼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7월19일 현재 언론보도 기준으로 전국 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이 신청된 주요사건 건수는 총 8건이다. 검찰수사심의위 제도가 2018년 처음 도입된 뒤 올해 5월까지 2년간 소집돼 의결한 건수 역시 8건이었다. 불과 2개월도 안돼 두배로 늘었다.
 
지금까지 접수된 수사심의 신청사건 면면을 보면 권력층이나 단체들의 신청이 압도적이다. 특히 총 16건 가운데 무려 5건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집중됐다. 이 중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가 피해자 지위에서 신청한 심의가 오는 24일 오후 2시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표 외에 지난 17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또 다른 피의자로 지목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이번 사건을 처음 고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보수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각각 소집을 신청했다. 이 전 기자 신청은 부의가 부결됐고 한 검사장과 민언련이 낸 소집 신청은 부의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서는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소집 신청을 내 '수사중단, 불기소' 권고를 받아냈다. 최근에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검찰의 회계 부정 및 기부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정당한지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지난 1일 서울북부지검에 접수된 '사찰노예 사건'은 아직 부의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따지면 △기아차 파업 업무방해 피소 사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지현 검사 인사보복 사건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 횡령 사건 △제천 화재참사 사건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등이 수사심의 신청사건이다. 
 
수사심의가 권력층 사건에 집중되는 이유는,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상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심의 대상으로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같은 지침에서 밝힌 검찰수사심의위 운영 목적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2018년 검찰개혁위원회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수사심의위원회 설치를 권고할 당시 의결 과정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19일 "의미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써먹으면 안 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자료를 보면서 아쉬운 것은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에 적합한 대상 사건에 대한 논의, 사건 관계인이 소집 신청권을 남용할 경우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제도의 미비함을 지적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최기철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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