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미국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각계의 경고를 무시하는 바람에 실패를 자초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장관 직무대행,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데보라 버크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TF 조정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와 반대파들이 힘을 다 해 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위협에 대한 초기 경고를 무시했다(ignored)'는 것이 사실이라면 언론과 민주당은 내가 중국에 대한 여행금지를 발령했을 때 왜 맹렬히 비난했냐"고 물었다. 이어 "그들(언론)은 이르고 불필요하다. 부패한 언론!"이라며 비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계속 무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와 워싱턴포스트(WP)같은 주력매체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붉은 여명'(Red Dawn)이라는 엘리트 이메일 네트워크는 미국 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1월부터 선제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붉은 여명이란 트럼프 미 행정부 내 인사들을 비롯해 외부 의료 전문가들이 연결된 이메일 네트워크다. 국토안보부의 최고 의료책임자인 듀에인 카네바가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보훈부의 카터 메처 박사는 지난 1월28일자 이메일에서 "추정 발병 규모가 이미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대학 문을 닫을 것을 절규한다"며 과감한 조치를 요구했다. 조지아 공과대학 에바 리 박사는 지난달 2일자 이메일에서 "우리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서부, 동부, 남부 등 미국 전역이 (코로나19)진원지가 될 것"이라며 "정책 지도자들이 당장 행동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폼페이 화산 폭발을 '먼지폭풍', 히로시마 원폭을 '나쁜 여름 폭염'이라고 한 것처럼 코로나19를 '나쁜 계절성 독감' 이라고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소신발언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 신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로버트 캐들렉 차관보가 행정부 관리들과 논의한 끝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휴교 등의 조치를 내리도록 권고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관계자가 코로나19가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하고 주가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력이 격노하며 캐들렉 차관보 등과의 브리핑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도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해 1월18일과 30일 두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뉴욕타임즈는 에이자 장관 등이 코로나19 위험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지만 당시 그는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와 탄핵심판 등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고가 소위 '딥 스테이트'(Deep State·국가를 비밀리에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테스크포스(TF)회의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소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코로나가 억제되지 않은 채 나라를 휩쓸고 가도록 놔두는 '집단면역'(Herd Immunity)에 대해 건의했고, 파우치 소장 등이 이에 반대했음에도, 끊임없이 경제활동 정상화를 고집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스 자치구의 캘버리 공동묘지 묘비석들 뒤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55만명을 넘어섰다. 사진/AP·뉴시스
한편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5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사망자는 2만2020명이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4명중 1명, 사망자 5명중 1명은 미국에서 나왔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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