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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빨간색 무스탕 입으면 안되나요?"…색감 있는 온라인쇼핑몰 '브루드'
남원우 대표, 카네기멜론 휴학 후 온라인 쇼핑몰 창업 도전
20·30대 남성 타깃…강렬한 레드 색상 무스탕 등 직접 디자인
"남다른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하는 게 목표"
2020-01-16 06:00:00 2020-01-16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패션에서 색이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무스탕이 검은색, 갈색 일변도라면 브루드는 스페셜한 와인색을 시도한다. 차별화되는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복 시장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등장한 지 오래다. 하지만 색 표현에 있어서만큼은 아직까지 여성복에 비해선 보수적인 편이다. 이같은 흐름을 타파하고자 도전장을 내건 기업이 있다. 바로 1인 패션기업 브루드다.
 
브루드는 주로 색감을 이용해 기성 옷과 다른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남원우(25) 브루드 대표는 "브루드만의 색깔로 패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옷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브루드를 통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포함해 남성 의류, 신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디자인, 마케팅, 유통 등 모든 것을 20대 사업가인 남 대표가 하고 있다. 브루드 의류는 위메프에 입점되는 등 독창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2~3개월 가량의 시간을 들여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스페셜 레드 스웨이드 무스탕'은 남 대표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준다. 블랙 색상이 대부분인 무스탕에 강렬한 레드 색상을 입힌 게 포인트다. 남 대표는 "패션에서는 색이 민감한 부분이고 특징을 나타내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색에 대해 최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전공인 컴퓨터공학 외에 순수 미술을 복수 전공으로 택했다. 컴퓨터 그래픽과 미술에 대한 관심이 패션 쪽으로 확장됐고, 특히 색감에 집중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대표는 "패션에 관심이 갖게 된 이후에 특정 색깔은 왜 대중적이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다"며 "차별화할 수 있는 색상의 디자인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원우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스페셜 레드 스웨이드 무스탕. 사진=뉴스토마토
 
브루드는 남 대표가 미국 유학 생활을 잠시 중단한 채 나선 첫 번째 창업 도전이다. 앞서 고교 시절에는 구글이 주최한 과학 관련 창업경진대회에서는 딱딱한 거북의 등껍질 성분을 이용해 축구화 발판을 만들어 출품하기도 했다. 미국 유학 시절 카네기멜론 대학의 교내 해커톤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험도 있다. 창업가, 사업가적인 그의 기질과 더불어 색채에 대한 관심이 패션 부문 창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남 대표는 "학위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학교를 휴학한 뒤 군대를 다녀와 창업에 나서게 됐다"며 "예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해커톤 입상과 관련, "많은 아시아계 유학생들이 학교와 주변 환경을 알아보러 미국을 갈 때 직접 비행기값을 내고 가야하는 어려움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며 "VR을 이용해 학교 전체를 투어하는 아이디어를 24시간 내에 실제 VR로 작동되게 해 대상을 탔다"고 소개했다. 해외 입시를 해본 그의 경험이 직접적인 아이디어 창구가 됐다. 
 
남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걸 이루고 싶으면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인드가 컸던 것 같다"며 "창업을 선택한 건 타고난 기질 같다. 하고 싶은 걸 못하면 답답함이 있는 성격이다"라고 돌아봤다.
 
호기롭게 나선 창업이지만 시장의 냉정함도 알게 됐다고 남 대표는 고백했다. 그는 "시장자체가 얼마나 냉정하고 치열한 곳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우물 안에서 이제 나온 느낌"이라며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내 생각대로 하면 다 됐을 것이라는 무모함을 갖고 있을 수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게 아닌 소비자들이 원하는 걸 팔아야 한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스페셜 레드 스웨이드 무스탕'을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했다. 브루드가 추구하는 강렬하고 차별화되는 색감을 입혀 공을 들여 만든 제품이지만 생각 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건대, 홍대 주변으로 직접 나가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에서 직접 피드백을 받았는데, 레드 색상의 무스탕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며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 때는 몰랐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품을 주력으로 마케팅한다는 계획이다. 남 대표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협찬을 할 때도 이 제품을 주력으로 마케팅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극복해야 차기작도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호응도가 낮은 제품을 먼저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남원우 브루드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아이보리 세미 가죽 자켓. 사진=브루드
 
브랜드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패션 1인 기업 창업은 사실 모험에 가깝다. 그러나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남 대표의 포부다. 첫 번째 창업의 목표는 경쟁력과 영향력을 갖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남 대표는 "브루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특별함이라는 이미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남 대표는 브루드 창업을 시작으로 경험을 쌓고, 나아가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IT 기반의 앱 서비스 회사 창업도 목표라고 밝혔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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